[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감독후보 0순위’ 선동열-이만수의 선택은…

  • 입력 2003년 9월 15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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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민감한 얘기 하나 해보자. 어느새 프로야구도 정규리그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바야흐로 인사의 계절이 돌아왔다는 의미. 문제는 올 가을 인사 태풍은 얼마 전 전국을 할퀴고 간 14호 태풍 ‘매미’에 견줄 만큼 메가톤급이란 점이다.

꼴찌 롯데가 이미 백인천 감독을 중도 해임한 뒤 김용철 대행 체제를 운영중이고 두산 김인식, 현대 김재박, 기아 김성한 감독의 계약이 만료된다. 8개 구단 중 절반에 ‘유고’가 생기는 셈.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는 사령탑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해외로 코치 연수를 갔던 감독 1순위 후보 선동열과 이만수가 개선장군처럼 돌아온다.

감독의 도미노 수평 이동이 있을 거란 소문도 있다. 김재박 감독의 경우 현대와 재계약을 않고 시장에 나올 경우 최고의 인기 상품이 될 게 분명하다. 그는 삼성 기아가 2강을 형성할 것이란 시즌 초 전문가 전망을 비웃으며 팀을 선두로 끌어올린 것을 비롯,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나가는 드림팀Ⅵ의 사령탑을 맡아 지도자 인생의 절정을 구가하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김인식 감독의 이적설도 나온다. 이쯤 되면 가히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구단이든 감독이든 아무리 사정이 절박하더라도 누울 자리를 보고 누워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연말 LG의 예를 들어보자. LG는 비록 지긴 했지만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불후의 명승부를 연출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시즌이 끝난 뒤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김성근 감독은 준우승하고도 중도 해임되는 비극을 맞았다.

LG는 이광환 감독을 새로 맞았지만 이는 양쪽 모두에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구단 입장에선 올해 2위 이상의 성적을 내야 감독을 교체한 명분이 설 것이고 이 감독은 시즌 내내 ‘김성근 그림자’에 시달려야 했으니 결과가 뻔한 게임을 자초한 셈이다.

국내 지도자로 데뷔하는 선동열과 이만수 코치도 자신에 맞는 팀을 잘 선택해야 한다. 처음부터 강팀을 맡아 우승청부사가 될 것인가, 아니면 지금은 약하지만 장래성 있는 팀을 맡아 최고의 조련사가 될 것인가. 일본의 야구 영웅 나가시마 시게오가 앞의 경우라면 김성근 같은 이는 뒤의 경우가 어울린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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