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업 개방’ 波高 대비해야

  • 입력 2003년 9월 13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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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칸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제5차 각료회의가 예상대로 난항이다. 특히 핵심 쟁점인 농업 분야의 관세 인하와 보조금 감축을 둘러싸고 각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우리 정부 대표단은 식량안보 등을 들어 농산물시장의 개방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 농촌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생산기반까지 흔드는 급격한 변화는 필연적으로 실패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의 합리적인 주장을 WTO 회원국들이 최대한 수용하기를 바라지만 협상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그룹은 국력을 바탕으로, 인도 중국 브라질 등 농산물 수출국 그룹은 수적 우위를 무기로 한국 등 농산물 수입국들을 협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회담 현지에서 협상 반대시위를 하던 이경해 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의 자살 소식은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한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냉철한 현실 판단과 전략적 대응이 절실하다. 우리나라로서는 농업분야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계속 인정받는 것이 가장 급하다. 공업과 달리 경쟁력이 취약한 한국농업의 상황을 WTO 회원국들에 최대한 설명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우리나라 농업은 이번 회의의 다른 어떤 결과보다 개도국 지위 유지 여부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아울러 개방의 파고(波高)를 이길 수 있는 근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협상에서 우리측 주장이 모두 수용된다 해도 획기적 구조조정 없이는 한국농업이 살아남기는 어렵다. 정부는 각종 지원정책을 통해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한계농민’에 대해서는 사회복지 차원의 구제책을 펴야 한다.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이후 수십조원을 농촌에 쏟아부었지만 농업 경쟁력은 개선되지 못했다. 지금도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지만 농민과 납세자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철저한 분석과 반성 위에서 정책의 효율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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