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물갈이론' 격돌]“5·6共인사 용퇴” “특정인 매도 안돼”

  • 입력 2003년 9월 4일 18시 15분


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연찬회에 앞서 최병렬 대표(오른쪽)가 최근 내년 총선 공천에서 60대 이상들에 대한 물갈이론을 주장해 당내 파문을 일으켰던 원희룡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영수기자
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연찬회에 앞서 최병렬 대표(오른쪽)가 최근 내년 총선 공천에서 60대 이상들에 대한 물갈이론을 주장해 당내 파문을 일으켰던 원희룡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은 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의원 연찬회를 열고 ‘총선 물갈이론’에 대해 열띤 격론을 벌였다.

연찬회가 열리기 직전까지 노-장-청 의원들은 각각 수차례씩 자체 모임을 갖고 자신들의 입장을 정리하는 등 ‘날’을 세웠다. 특히 젊은 소장파 의원들은 발언 순서와 수위는 물론 중진들과의 중장기적 투쟁 전략을 깊숙이 논의하는 등 작전을 방불케 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연찬회 모두 발언에서 “공천 물갈이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좋다”면서도 “60세 이상은 안 된다는 식의 특정인을 지정하는 발언은 조심하고 발언할 때는 예의를 갖추고 해 달라”고 주문했다.

물갈이론 공방은 소장파 의원들이 발언을 시작하면서 격해졌다. 오세훈(吳世勳) 의원은 ‘5, 6공 출신 의원 용퇴론’을 들고 나와 장내를 긴장시켰다. 오 의원은 특히 “이번 정기국회 국감이 끝날 무렵 지구당(강남을) 위원장을 사퇴하겠다”며 “(용퇴하는 분들이) 같이 나가자고 하면 의원직 사퇴도 같이하겠다”고 희생을 강조하기도 했다. 오 의원은 “5, 6공의 탄생과 인권 신장에 역행하는 역사적 과오에 핵심적으로 간여한 선배들은 용퇴해 달라”며 “건전하고 합리적인 보수를 위해서는 먼저 5, 6공 군부독재의 이미지로 덧칠된 당에서 어둡고 음습한 부분을 털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경필(南景弼) 의원도 “전체 인구에서 60세 이상은 10%에 불과한데 우리 당 의원들은 60세 이상이 55%나 되는 잘못된 역삼각형 구조를 갖고 있다”며 물갈이론에 가세했다. 그는 “5, 6공에서 대한민국 정치를 이끌어온 선배들에게 이제 아름다운 용퇴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 대표에 대해 “지역구에서 용퇴해 아름다운 결단의 선봉에 서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소장파 의원들이 이날 제시한 ‘5, 6공 출신 의원 용퇴론’은 영남권 중진들을 겨냥한 것으로 이들의 ‘아름다운 퇴장’을 유도해 물갈이의 물꼬를 트겠다는 전략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소장파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재선급 의원들은 ‘강남권, 영남권 물갈이론’을 제시했다.

김문수(金文洙) 의원은 “우리 당에서 5, 6공의 물이 안 튀긴 사람이 몇 명이나 있는가”라며 “특정한 시대를 산 사람을 도매금으로 매도해선 안 된다”며 소장파 의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물갈이를 제대로 하려면 총선 때 땅 짚고 헤엄칠 정도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강남지역과 영남권 의원들이 먼저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며 강남 7개 지역구 후보의 교체를 주장했다.

중진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중진들은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 관철로 당력을 과시한 시점에서는 결속이 중요하다며 분란을 촉발하지 말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중진은 물갈이론이 대세로 굳어지는 것을 우려해 대응 자체를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영남 출신의 김광원(金光元) 의원은 “산에 나무도 10년, 20년, 60년 낙락장송이 다 있는데 대들보는 제일 큰 나무를 쓰고 서까래는 10년생 나무를 쓴다”면서 “지금 대들보감을 다 베어내자는 것이냐”고 ‘용퇴론’을 반박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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