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42.195㎞ 마라톤? “나가 있어∼”…난 643㎞ 달린다

  • 입력 2003년 9월 2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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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한계를 넘어서지난 4월 모로코에서 열린 ‘사막 마라톤’대회에서 수백명의 참가자들이 언덕을 오르고 있다. 올해로 18회를 맞은 이 대회는 300km를 달리는 울트라마라톤대회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인간 한계를 넘어서
지난 4월 모로코에서 열린 ‘사막 마라톤’대회에서 수백명의 참가자들이 언덕을 오르고 있다. 올해로 18회를 맞은 이 대회는 300km를 달리는 울트라마라톤대회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72시간 계속 달리기.’

‘한반도 횡단 311km 울트라대회’가 10일부터 13일까지 열린다. 무려 72시간 동안 무조건 달려야 하는 ‘철인 중의 철인’들의 경주다.

먹을 것을 챙겨 강화도를 출발해 강릉 경포대까지 사흘간을 꼬박 달려야한다. 중간에 먹을 것을 외부에서 지원받아도 안 되고 자전거 등 수송수단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 안 된다.

잠도 길 위에서 토끼잠을 자야 한다. 숙박시설 이용은 금물. 곳곳에 감시인들이 버티고 있어 적발되면 바로 탈락이다.

살아남기 위해 달린다는 ‘서바이벌 달리기(생존달리기)’라는 표현이 결코 지나치지 않게 느껴진다. 이런 달리기에 나서는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

예상을 뒤엎고 대회는 성황이다. 이번 대회 참가자는 총 47명. 지난해 이 대회 참가자는 33명이었다.

올해 행사를 주최한 ‘코리언울트라런너스(www.koreanultranners.com)’은 접수자가 몰려들자 일찌감치 적정 인원만 받고 마감했다. 100명 이상이 지원했으니 절반 이상 되돌아간 것.

울트라 마라톤은 요즘 달리기의 트렌드. 마라톤코스인 42.195km 이상 달리는 것을 울트라마라톤이라고 하지만 최근 그 거리가 수백km에 이르는 대회가 많다.

지난 7월에는 ‘대한민국 종단 643km 달리기 대회’가 열렸다. 14명이 참가했으며 완주자는 9명. 1위 기록은 140시간07분. 거의 6일간을 잠도 제대로 못자면서 달린 철각들이다.

혈기왕성한 청년 대신 53세의 최성열씨가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도 놀랍다. 141시간05분으로 2위를 한 장기생씨도 50대다. 이후 9위까지 완주자 전원이 40대 이상. 나이 들었다고 못 달린다는 것은 이들 앞에서는 어불성설이다.

이밖에 제주일주 200km달리기대회, 100km 서울 울트라 마라톤대회 등이 해마다 성황을 이룬다.

울트라 러너들의 모임인 ‘코리언울트라런너스’ 회원은 70명. 2년 전 20여명에서 크게 늘었다.

입회자격은 엄격하다. 외부에서 음식물 지원 등을 받지 않고 100km를 16시간 이내에 달린 기록이 있어야 한다.

모임을 이끌고 있는 이용식씨(42)는 “마라톤을 몇 번 완주해 본 사람들은 42.195km가 인간의 한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은 더 먼 거리를 뛰며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울트라마라톤에 40∼50대가 많은 것도 특징”이라며 “인생의 황혼기에 고독을 느끼는 중년들이 자신과의 대화와 자기극복의 수단으로 울트라마라톤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해외에선…아테네-스파르타 246km 매년 열려

울트라 마라톤대회의 하나인 ‘몽골 일출-일몰 달리기’사진제공=코리언울트라런너스

마라톤 코스 42.195km에 얽힌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안다.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그리스 전령이 쉬지 않고 달려가 아테네 시민들에게 승전보를 전한 뒤 쓰러져 죽었고 그 달린 거리가 42.195km라는 얘기다.

당시 고대 서적에는 전령들이 실제로 42.195km 보다 더 먼 거리를 달렸다는 기록도 있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투스가 ‘장군의 명령을 받은 전령이 아테네에서 스파르타까지 200여km를 이틀 만에 달려서 도착했다’고 기록한 것도 그 중 하나다.

1982년 9월 영국의 존 포든 등 그리스 문화에 관심 있던 청년들은 이 기록에 의심을 품었다. 그래서 헤로도투스가 기록한 코스를 그대로 달려봤다. 실제 거리는 246km. 놀랍게도 36시간에 완주했다. 이들은 “인간은 200km이상을 계속해서 달릴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스파라돈 대회’는 이들이 만든 것이다. 아테네에서 스파르타까지 246km를 달리는 대회로 해마다 9월말 경 열린다. 올해는 26일부터 27일까지 열릴 예정. 지난해에는 일본의 료이치 세키야선수가 23시간47분54초로 1위를 차지했었다.

이밖에 ‘만리장성 100km달리기’ ‘몽골 일출-일몰달리기’ 등 세계 곳곳에서 울트라 마라톤대회가 열리고 있다.

‘멀리 오래 달리기’ 세계기록 깬다…내달 1일 당진서 기네스북 도전

세계 최장시간, 최장거리 달리기 기네스북 기록 도전이 한국에서 이루어진다.

현재까지 멀리 달리기 세계기록은 미국 여성 로버트 스위트걸이 갖고 있는 1만7071km. 1982년 10월9일부터 1983년 7월 15일까지 274일 동안 워싱턴을 출발해 미국 알래스카를 제외한 국경선을 거의 따라 돌았다. 가장 오래 달린 기록은 1929년 뉴욕∼로스앤젤레스(5898km) 미국 횡단 달리기대회에서 세워졌다. 우승자 조니 살로는 3월31일부터 6월18일까지 525시간57분20초를 달렸다.

두 가지 기록 중 최장시간 달리기 기록은 비록 공인받지는 못했지만 이미 한국인에 의해 깨졌다. 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 사업이 부도났던 조의행씨(53). 그는 2001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 2시에 일어나 3시부터 7시까지 여의도 공원을 출발해 한강고수부지를 매일 달렸다. 달린 시간은 총 1460시간, 거리는 1만2478km. 하지만 조씨의 기록은 기네스북에 오르지 못했다. 기네스 기록 담당자로부터 “365일 동안 계속 달렸다는 사실을 입증할 비디오테이프 등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 조씨는 대부분의 과정을 비디오로 촬영했지만 군데군데 빠진 곳이 있었다.

조씨의 아쉬움을 달래기라도 하듯 국내에서 기록도전이 이루어진다. 10월1일 충남 당진에서 열리는 ‘기네스 기록 도전 대회’. ‘365일 마라톤대회 조직위원회’가 주최한다.당진 일대에 코스를 정해 1년간 반복해서 달린다는 것. 목표기록은 최장시간, 최장거리 세계기록으로 전 과정을 비디오로 촬영할 계획. 19세 이상 풀코스 완주 경험자를 대상으로 15일까지 참가접수를 받는다. 지구력테스트와 의료검진을 거쳐 최종 5명을 선발해 기록도전에 나선다. 참가비 및 접수비 무료. 문의 02-498-4732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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