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천광암/인구 이동

  • 입력 2003년 8월 22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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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사람은 나면 충남으로 보내라는 말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올해 2·4분기에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주민등록을 옮긴 11만4000명 가운데 1만8000명이 충남을 선택했다고 한다. 수도권 거주자들에게 충남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행정수도 예정지가 이 지역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이재(理財)에 밝은 서울 사람들의 충남행 발길이 잦아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터이다.

▷한국 인구 이동의 특징은 수도권 집중 현상이다. 1949년에는 서울에 전국 인구의 약 7.2%가 모여 살았다. 이 비율은 60년 9.8%, 70년 17.6%, 80년 22.3%로 계속 높아져 90년에는 24.4%로 정점에 도달했다. 이후에는 수도권 신도시 개발의 영향으로 서울 인구의 비중은 떨어지는 추세다. 그러나 서울과 인천 경기를 합한 수도권 인구의 비중은 매년 예외 없이 높아져 왔다. 분기 기준으로도 수도권 전출 인구가 전입 인구를 웃돈 때는 98년 2·4분기와 3·4분기뿐이었다. 이때는 한국경제가 외환위기로 몸살을 앓던 때다. 고금리와 고환율을 견디다 못한 기업들이 직원을 대량 해고했고 이들을 중심으로 귀농(歸農) 붐이 일면서 이례적으로 인구가 수도권에서 빠져나가는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수도권 면적이 전체 국토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1%에 불과하지만 인구 비중은 절반에 육박한다. 부(富)의 집중도는 더 높다. 인구와 산업이 특정지역에 지나치게 몰리면 수도권에서 집값 상승, 교통 혼잡, 환경오염, 범죄 빈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국가 전체로는 지역균형발전 논란이 생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수도권 안에서 인구집중을 유발하는 시설 및 대규모 토지개발을 규제한 수도권정비계획법이 대표적인 예다. 수도권 공장총량제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았던 수도권 집중억제정책은 대체로 실패했다는 평가다. 수도권 인구집중도가 낮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규제일변도의 수도권집중억제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수도권에 공장을 못 짓게 한다면 그 기업이 과연 지방에 공장을 지을까. 오히려 투자를 보류하거나 해외에 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많다. 수도권 인구 집중 억제는 규제로 되는 일이 아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지방분권이 이루어지면 저절로 문제가 풀릴 수 있다. 물이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인구 이동 역시 억지로 막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천광암 논설위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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