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인문학의 꽃 미술사학, 그 추체험의 방법론'

  • 입력 2003년 8월 15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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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꽃 미술사학,그 추체험의 방법론/강우방 지음/368쪽2만원 열화당

미술 작품의 본질적 의미는 무엇이고, 우리는 이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혹자는 정신적으로 이해하기도 하고, 혹자는 물질적으로 파악하기도 하며, 혹자는 심리적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월(日月)과 성신(星辰)으로 무량한 우주를 알 수 없듯이, 미술작품의 본질적 의미도 무한한 시간과 공간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침묵 같은 것일지 모른다.

이 난해한 화두를 가장 진지하게 풀어온 저자가 그 동안의 깨달음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정리했다. 참신하고 무거운 제목이 시사하듯, 저자가 ‘괴롭고 외로우며 의심스럽게 체험한 원론’이 집약되어 있다. 그것은 인문학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미술사학의 독자적인 방법론을 확립하기 위한 거대한 꿈이자, 한국미술사의 방법론은 우리의 미술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확립돼야 한다는 믿음의 소산이기도 하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미술작품을 인간의 실존에 대한 가장 순수하고 본질적이며,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상징적 조형언어로 이해한다. 그것은 일상적 차원을 넘어선 초월적 세계이고 문자 표현 이전의 감성적 세계이기 때문에 작품 자체에 즉(卽)해서 그 경지를 직접 ‘추체험(追體驗)’해야만 본질이 파악될 수 있다. 이 추체험은 양식 분석과 도상 해석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완성된다. 저자가 ‘체험의 미술사’를 강조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처럼 미술사학이 양식 연구로 그 고유성과 독자성을 확립하고 도상 연구로 제반 인문학과의 종합적인 연계성을 확보하여 진정한 ‘인간학(人間學)’으로 고양될 때, 미술사학은 문자 표현의 제한과 왜곡에 갇히기 쉬운 인문학의 한계를 넘어서서 이를 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그리고 바로 그 속에서 미술사학은 조형언어를 통해 자연(신)과 인간의 창조의지와 구원의 문제를 핵심적 과제로 탐구하게 된다. 저자가 미술사학을 ‘인문학의 꽃’이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방법론적 성찰을 통해 독자적인 미술사학과 개성적인 예술철학을 구축한다. 그것은 우리의 불교 사상과 불교 미술에 대한 오랜 연구를 통해 확립한 ‘일즉다(一卽多)와 다즉일(多卽一)’의 ‘연기론(緣起論)’적 미술사학이고 ‘법공(法空)과 장엄(莊嚴)’, ‘원융(圓融)과 조화(調和)’의 ‘화엄론(華嚴論)’적 예술철학이다. 저자는 이것이 바로 우리의 자연과 예술, 신성(神性)과 인성(人性)을 관통하는 보편적 원리라고 믿는다. 그래서 후반부는 주로 이런 시각에서 우리 미술의 뛰어난 걸작과 그 속에 도도히 흐르는 본질적 특징을 다양하게 분석하고 설명한 ‘대승적(大乘的)’인 글들로 꾸몄다.

시인과 화가를 꿈꾸었을 정도로 예술적 감각이 풍부한 저자의 글은 뛰어난 수필이라 해도 좋을 만큼 매우 감성적이고 아름답다. 이는 저자의 독특한 예술관과 미술사학에 더욱 깊은 울림의 결을 부여하는 독자적인 형식이자 의도적인 실험이기도 하다. 그래서 글맛에 이끌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덧 우리의 미술에 대한 그윽한 감동과 깊은 깨달음에 이르고, 저자의 바람처럼 고양된 나 자신을 느끼며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는 ‘정화(淨化)’를 체험하게 된다.강관식 한성대 교수·한국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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