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부자만들기]'기회비용' 이해시키면 신중해져요

  • 입력 2003년 5월 13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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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증권사 임원의 자녀 경제교육은 ‘기회비용’을 따져보게 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자녀들을 고급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데려갔을 때의 일이죠. 식당에 들어서면 점잖게 차려입은 웨이터가 90도로 인사를 하고 의자도 앉기 편하도록 당겨줍니다. 웨이터가 두 손으로 공손하게 물을 따르고 주문을 받은 뒤 사라지면 자녀에게 말합니다.

“이 식당의 스파게티 가격은 집 앞 ○○○가게보다 두 배는 더 비싸다. 맛도 더 있지만 이런 고급 서비스와 우아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대가도 포함됐지.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와 서비스를 만끽하고 싶다면 스파게티 한 접시는 포기해야 한다. 스파게티가 더 중요하다면 서비스는 기대하지 말아야지.”

기회비용이란 어떤 선택을 하면서 포기해야 하는 가장 아까운 대가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게임광(狂)인 아이가 1만원을 군것질하는 데 써버렸다면 군것질의 기회비용은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1만원 게임CD입니다. 먹어치운 대신 게임CD를 가질 수 없는 것이죠.

기회비용이 중요한 이유는 모든 경제활동의 예산이 제약된 때문입니다.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정해진 상황에서 가장 큰 만족을 주는 일을 선택하려면 기회비용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회비용을 따지기 시작한 아이일수록 즉흥적인 소비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 돈으로 더 만족을 줄 수 있는 다른 대안이 무엇인지를 따져볼 테니까요.

아울러 자연스레 비교구매로도 이어집니다. 특정 물건을 살 때 그 상점이 다른 상점들에 비해 가격이 싼 지, 또 가격 이외의 조건도 가장 좋은 지를 따져보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습관은 쉽게 길러지지 않습니다. 아이가 물건을 살 때마다 꼭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있으면 좋은 것인지를 물어보세요. 그 가격으로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들도 떠올려 주세요. 아울러 다른 게 더 급하진 않은 지 물어보세요.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가 묻기 전에 스스로 묻게 될 것이며 어느 새 자녀는 돈을 써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할 줄 아는 ‘성숙한’ 아이로 돼 가고 있을 것입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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