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나폴레옹의 학자들'…고대 유물 발굴등 소개

  • 입력 2003년 4월 18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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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푼 테베 왕) 또는 이집트에서의 보나파르트 장군.’ 장 레옹 제롬 그림.
‘오이디푸스(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푼 테베 왕) 또는 이집트에서의 보나파르트 장군.’ 장 레옹 제롬 그림.
◇나폴레옹의 학자들/로베르 솔레 지음 이상빈 옮김/416쪽 2만5000원 아테네

“보나파르트는 대포와 인쇄기를 들고 이집트로 왔다. 대포는 떠났고 인쇄기는 남았다.”

프랑스에 ‘호의적인’ 이집트 사람들은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침략군에 대한 평가치고는 지나치게 긍정적이다. 게다가 군사 작전에 인쇄기라니?

1798년 프랑스 정부는 나폴레옹을 ‘대영국군’ 총사령관으로 임명, 이집트 원정을 명령한다. 영국이 인도로 가는 ‘통로’를 차단하는 것이 원정 목적. 나폴레옹은 1799년 이집트를 떠났고, 남아 있던 프랑스 군대는 1801년 영국군에 패배함으로써 원정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나폴레옹 원정때 발굴된 유물 ▼
로제타스톤, 텐테라12궁도. 사진제공 아테네

그러나 나폴레옹의 원정은 이집트 문화를 서구에 알리는 계기가 됐고 ‘이집트 학(學)’이 탄생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나폴레옹이 이끈 3만8000여명의 군대와 더불어 167명의 학자와 예술가들이 동행했다.

나폴레옹은 학자들에게 ‘신비의 나라’ 이집트를 샅샅이 조사하도록 명령했다. 이집트의 고대 문화와 유적, 생태와 지리 등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연구 대상이었다.

학자들이 이 원정에 동행하지 않았다면 프랑스 군대가 로제타 근처에서 발견한 검은 화강암 조각은 별 의미를 부여받지 못했을 것이다. 학자들은 세 가지 문자가 새겨진 이 돌이 이집트 고대 언어의 비밀을 푸는 열쇠라는 것을 첫눈에 알아차렸고, 결국 이를 통해 고대 이집트 문자를 해독하게 된다. 이때 발견된 로제타 스톤은 1801년 영국의 손에 넘어가 지금 대영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이집트의 상징인 피라미드에는 더욱 큰 관심이 집중됐다. 피라미드의 높이를 측정하기 위해 학자들은 저마다 독특한 방법을 사용했다. 삼각 측량법을 사용한 학자(누에)도 있었고, 고도가 올라가면 대기 압력이 감소한다는 점에 착안해 기압계를 활용한 학자(콩테)도 있었다.

1801년 시행된 피라미드의 발굴은 당시 학술 탐사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발굴을 주도한 것은 건축가와 엔지니어였지만, 화가는 피라미드의 그림을 그렸고 화학자는 암석 견본을 분석했다.

이들은 ‘학제간의 벽’을 허물고 전공을 넘나들며 이집트 문명의 실체를 탐구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나폴레옹 원정대는 인쇄기로 현지에서 ‘이집트 통신’ ‘이집트에서의 10일간’ 등의 간행물을 발간했다. 이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프랑스 정부는 1810년 방대한 분량의 ‘이집트 지(誌)’ 첫 권을 펴냈다.

1830년까지 세 차례 출간된 이집트지는 고대 고고학, 물리, 지리, 자연사 등에 걸쳐 157편의 논문과 1000여점의 도판이 수록된 ‘이집트에 대한 백과사전’이었다.

물론 이집트인의 처지에서 보면 프랑스의 이집트 원정은 침략이요, 약탈이다. 기사 첫머리에 소개한 ‘호의적 이집트인’의 시각과 달리 프랑스에 비판적인 이집트인들은 “보나파르트는 대포와 인쇄기를 들고 이집트에 왔지만, 남은 것은 대포뿐이었다”고 말한다.

당연하게도 ‘이집트에서 태어난 프랑스 저널리스트’인 저자의 접근법은 다분히 서구의 시각을 반영한다. 그럼에도 당시 프랑스 학자의 ‘활약상’을 진지하면서도 박진감 넘치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책의 가치는 충분히 평가할 만하다.

이 책에 수록된 풍부한 그림과 사진 자료 역시 상상력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원정과 문화재 등에 대한 동시대의 세밀화가 풍성하게 담겨 글과는 다른 방법으로 역사에 관한 ‘또 다른’ 상상을 펼쳐낼 수 있도록 돕는다. 한 가지, 당시의 상황을 그린 지도는 프랑스어 표기를 그대로 수록해 의미를 떨어뜨린다. 개략적인 설명을 덧붙이거나 지명만이라도 번역해주는 배려를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간간이 나오는 ‘번역체’ 문투도 책 읽는 속도를 떨어뜨린다.

원저는 1998년 ‘르 몽드’지에 연재된 내용을 보완해 출간됐다.

원제 ‘Les Savants de Bonaparte’.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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