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 제한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위험수위에 이른 가계부채 때문에 가계소비를 기대할 수 없고, 기업투자는 살아날 기미가 안 보인다. 저금리정책은 현 상황에서 부작용이 더 클 것이다. 경기를 부양한다면 남은 수단은 재정정책뿐이다.
하지만 적자재정 편성에 앞서 나라 빚이 크게 늘었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98년부터 작년까지 5년 연속 적자재정을 운용했다. 그 결과 국가채무는 지난해 말 현재 133조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2003년부터 균형예산 편성을 약속하고 올해 6년 만에 균형예산을 짰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대국민 약속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적자재정으로 내수를 부양하면서 세계경제 회복을 기다리자는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기침체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고 다른 정책수단이 없다면 고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이 적자재정을 편성해야 할 정도의 상황인지는 의문이다. 무역수지 악화, 물가상승 등 부작용도 감안해야 한다.
다행히 이라크전 조기 종결로 국제유가가 떨어져 무역수지 흑자와 물가안정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수출은 온갖 악재 속에서도 사상 최대실적을 올렸다. 대외교역에서 경제의 활로를 찾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주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 변화가 있는데도 적자재정이 자꾸 거론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적자재정은 오늘의 고통을 후대로 미루는 일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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