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고기정/주택정책, 오로지 공급확대?

  • 입력 2003년 4월 6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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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부는 3일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정책설명회를 열었다. 관심은 주택정책에 모아졌다.

일부 기자들이 “어떤 식으로든 분양가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최종찬(崔鍾璨) 건교부 장관은 “절대 안 된다”고 버텼다. 시장을 왜곡하는 분양가 규제는 주택문제의 해법이 아니라는 설명도 따랐다.

건교부의 시장 지향적 정책 기조와 ‘뚝심’에는 공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건교부가 이어 내놓은 정책 대안(代案)은 “아직도…’라는 느낌을 갖게 했다. 집값을 잡기 위해 공급을 늘린다는 게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주택 문제를 공급과 수요 가운데 어느 방향에서 더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다만 그간의 공과(功過)를 통한 귀납적 접근은 해볼 수 있다.

산업화 이후 정부의 주택정책은 공급 확대였다. 5개 신도시 및 주택 200만가구 건설도 이런 노력의 결과였다. 하지만 주기적인 집값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부가 수도권 외곽에 아무리 집을 지어도 서울 집값은 항상 불안하다.

“경기도나 지방도 그냥 살기에는 좋아요. 하지만 교육과 교통, 직장을 생각하면 서울로 몰릴 수밖에 없지요.” 경기도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이들이 이렇게 말할 정도다.

주택정책은 어렵다. 수요와 공급이 지역이라는 공간적 제약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집을 아무리 많이 지어도 소비자가 원하는 곳에 공급되지 않는 이상 한계가 따른다.

정부로서는 공급이 수요보다 훨씬 다루기 쉽다. 생색내기도 좋다. 하지만 공급확대만으로 안 된다면 수요를 통한 접근도 병행해야 한다. 서울에만, 그것도 강남권 아파트에만 몰리는 주택수요를 어떻게 분산시킬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때 특수목적고를 수도권 외곽과 지방에 신설한다는 정부차원의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거론조차 안 된다.

다가구주택을 개선해 아파트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발표도 있었다. 역시 최근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식이다.

세계은행 전 부총재 조지프 스티글리츠 박사는 현대의 첨단전쟁과 경제운용의 특징을 ‘신체적 접촉의 거세(去勢)’라고 표현했다. 5000피트 고공에서 스마트탄을 투하하는 조종사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느끼지 못한다.

이론과 수치(數値)를 바탕으로 사무실에서 만드는 경제정책도 마찬가지다. 정교한 논리는 좋지만 현실이 빠지고 형식만 우선해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주택수요자들이 느끼는 현실과 고민을 파악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 좀 더 귀를 열어야 할 것이다.

고기정 경제부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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