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반대 野찬성, 어떻게 봐야 하나

  • 입력 2003년 3월 28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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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 파병에 대한 찬반논의가 어지럽다. 파병을 결정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인데 오히려 여당의원들 중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아 동의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더욱이 노 대통령과 가까운 신주류인사들이 반대의 주축이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노사모’와 국가인권위원회까지 파병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그러니 노 대통령의 파병의지는 과연 확고한가 하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이다.

이 같은 모호함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찬반집회가 갈수록 격해지면서 대결양상으로 치달을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파병 찬성의원들에 대한 시민단체의 낙선운동 선언이나 서울지하철공사노조의 파병반대파업 예고 등은 분명히 정상적인 논의의 수위를 넘어선 것이다. ‘먼나라 전쟁’ 때문에 국론이 갈라지고 찢기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노 대통령이 선택을 한 이상 파병은 이미 현실적인 문제가 됐다. 이는 또한 국제사회에 대한 우리 정부의 약속이므로 동의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의 국제적 파장과 그에 따른 국가적 손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파병문제는 노 대통령 정치력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국정운영의 공동주체인 여당의원들이 시류(時流)를 의식해 노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나라의 장래를 위해 필요하다면 ‘매’도 피하지 않아야 참된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위기시엔 더욱 그렇다. 이 시기에 만약 내년 총선에서의 표(票)까지 의식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정치인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국론분열 심화를 막으려면 우선 노 대통령이 보다 명확한 태도로 국민과 여당의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도 국론이 모아지지 않으면 민주적 절차인 다수결원칙에 맡기고 모두 그 결정을 따르면 된다. 1공화국 시절 이후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소집된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이젠 파병논의를 매듭지었으면 한다. 서로 자기주장만 하면서 표결을 회피하거나 결과에 불복하는 것은 비겁하고 비민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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