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구의 마음’을 보듬어 안자

  • 입력 2003년 3월 17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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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아직 상중(喪中)의 분위기다. 2·18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가 발생한 지 한달. 이 어처구니없는 인재(人災)로 귀한 목숨을 잃은 희생자 가족들의 가슴은 숯덩이처럼 타들어 간다. 대구의 고통과 시련을 계기로 안전 지하철, 안전 공화국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한달 전 우리 모두의 다짐이 벌써 잊히는 듯한 모습에 안타까움은 커진다.

사고가 난 지 한 달이 됐지만 시신확인 등 사후수습은 지지부진하다. 사고 하루 만에 물청소까지 끝낸 현장훼손을 놓고 대구시와 지하철공사는 여태껏 책임을 미루고 있다. 온 국민을 분노케 한 사고은폐 혐의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수사 중일 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지하철 안전문제에 관해서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오죽하면 실종자 유가족들이 안전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지하철 운행을 중단하라며 전동차를 점거하기까지 했을까. 이럴 수는 없다. 198명의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려면 다시는 이 같은 대형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특별 안전대책이 나와야 한다. 형식적 안전점검이나 서류상의 안전조치보다 지하철 안전이 실질적이고, 획기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사랑하는 가족의 희생이 그런 변화와 개선을 가져올 때 유족들의 한은 다소나마 위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구시와 정부의 움직임은 미미하다. 재난관리청(가칭)이라는 관청 하나 만든다고 당장 시민들의 불안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현직 정부 장관이 “대구지하철 참사의 주범은 아무도 책임지거나 판단하지 않는, 무사안일 속에 숨는 관료주의였다”고 비판할 정도다. 대구에서 행정당국과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다시 상처받은 대구의 마음을 보듬는 데 힘을 합칠 때다. 국민이 대구시민들을 돕는 데 하나가 되었지만 정부가 제 역할을 다했는지는 의문이다. 대구가 ‘안전불감증 대한민국’의 희생자에서 세계 제일의 안전도시로 거듭나도록 하는 것은 지금 정부에 주어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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