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의 건강세상]빗나간 '유전자 검사'

  • 입력 2003년 3월 16일 17시 47분


코멘트
지난주 보건복지부는 키, 성격, 지능 등과 관련 있는 유전자를 검사해준다는 업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곧 제정될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로 이를 금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런 소식을 들으면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의학계는 아직 지능, 키, 성격과 관련한 유전자의 세계를 밝혀내지 못했다. 이를 뚜렷이 밝힌다면 노벨 의학상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한국의 최상류층이 몰려 산다는 서울 강남지역에서 이런 사이비 과학이 버젓이 통한다니 답답할 뿐이다.

유전자는 그 자체로도 만능이 아니다. 유전자는 단백질을 만드는 일종의 암호인데 최근 의학계에서는 암호 시스템을 움직이는 스위치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후천적 환경은 중요한 스위치다. 어미 쥐가 새끼의 털을 핥아주면 새끼 쥐의 성장유전자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밝혀졌고 특정 시기 부모의 사랑이 지능, 면역체계와 관련한 유전자를 활성화시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것이 바로 과학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사이비 과학이 아니라 과학에 따라야 한다.

과학적 육아의 첫째는 우선 아이가 잘 자도록 돕는 것. 잘 자면 뇌의 정보 기억 시스템이 발달하고 성장호르몬이 잘 분비돼 키도 커진다.

지능과 성격은 뇌 발달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하면 저절로 좋아진다.

뇌는 발달단계를 건너뛰지 않으므로, 3세 이전에는 정서적 자극을 골고루 주는 것이 중요하다. 고전 음악을 틀어주는 등 오감을 골고루 자극하도록 한다.

3∼6세에는 궁금증을 유발하고 다양하게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이때에는 특히 남과 더불어 사는 능력을 키워줘야 하는데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게 노는 것을 도와줘야 한다.

두 가지는 꼭 가르치는 것이 좋다.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떠들지 않는 것과 대중목욕탕이나 수영장 등에 들어가기 전에 꼭 항문을 씻는 것. 항문 씻기는 혹시 있을지 모를 자신의 병균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아이에게 설명해준다.

6∼12세에는 우리말 표현 능력을 키워 짧은 문장이라도 자신의 감정을 넣어 표현하도록 돕는다. 이 시기에 놀이와 운동 등을 열심히 해야 수학, 공간적 지능이 발달한다.

12세 이후에는 감수성을 길러주도록 건전한 예술활동을 취미로 유지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람은 누구나 다르며 작은 키나 나쁜 머리로도 자신감 있게 살 수 있고, 또 못난 친구와도 더불어 살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아이의 지능이나 키에 유달리 집착하는 것은 부모의 무의식에 깔린 열등감과 불안감의 표출일 따름이다. 그것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것 역시 사이비 과학에 매달리는 것만큼이나 무지한 것이다. 육아에 있어 사랑과 과학은 참 가까운 거리에 있다.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