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검법 공포, 신뢰정치 계기돼야

  • 입력 2003년 3월 14일 2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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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험한 길을 돌아왔지만 대북 비밀송금 특검법 공포는 순리와 상식에 따른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런데도 민주당의 거부권 행사 건의를 물리친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에 정치권 인사들조차 일순 허를 찔린 듯한 반응을 보인 것은 과거 정치가 그만큼 무리와 억지에 찌들어 있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상생정치의 싹이 잘릴 뻔한 위기를 넘긴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상호 신뢰에 바탕한 성숙한 정치, 대화와 타협에 의한 공존의 정치에 대한 기대를 높여 준 것을 평가한다.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타협안 제시에 대해 “마음속 깊이 감사한다”고 말하고 한나라당이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화답한 것도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다.

이제 다시 공을 넘겨받은 정치권은 약속을 지켜 신뢰가 어그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이 소중한 기회를 살려 나갈 책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더욱이 지금 나라 안팎의 상황은 얼마나 엄중한가. 당장 빨간 불이 켜진 한국 경제의 회생이나 갈수록 꼬여만 가는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라도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이 절실하다.

우선 한나라당은 공언한 대로 특검 재협상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한 달 남짓한 준비기간에 민주당과 머리를 맞대고 예상되는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해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원내 제1당으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로 무엇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도 함께 보여 주기를 바란다.

당내의 복잡한 파벌과 이해관계 때문에 국민정서와는 동떨어지게 특검에 소극적이었던 민주당은 그동안 협상과정에서 무리하고 경직된 자세를 보인 것부터 겸허히 반성해야 한다. 또한 특검조사를 통해 대북 비밀송금의 진상이 확연히 드러날 수 있도록 성심껏 협조해야 한다. 그런 뒤에 한나라당의 이해를 구하는 게 순서다.

그리고 특별검사는 밝힐 것은 모두 밝히는 게 일차적 의무다. 다만 수사결과 공개나 조사대상 및 방법 등은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해 정치권의 의견을 존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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