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를 생각하는 검찰 수사’

  • 입력 2003년 3월 14일 2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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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제 신임 서울지검장이 경제 사건을 전담하는 형사 9부의 기업 수사와 관련해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용기 있게 했다. ‘경제발전과 국제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 서 검사장이 자칫 재벌 봐주기로 비쳐 오해를 부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가 경제불안 심리를 확산시키는 매개체여서는 안 된다는 소신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하게 된 것 같다. 기업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고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핵 위기와 이라크 사태로 경제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SK 그룹 수사 이후 한국 기업들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시장 혼란과 주가하락 소비위축 등 경제불안 심리가 확산되는 시점에서 정부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심상치 않은 경제상황을 고려한 수사의 속도조절론이 힘을 얻는 분위기이다.

‘검찰이 단세포적인 사고에 매달리기보다는 국가의 균형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모든 사항을 검토해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서 검사장의 언명은 범죄 혐의만 보고 사건을 둘러싼 복잡한 정황을 놓치기 쉬운 젊은 검사들에게 고언이 될 수 있다.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제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재벌 수사를 확대하다 보면 어려운 시기에 한국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나라 안팎의 상황을 참작해 수사와 기소의 균형을 잡는 것은 검찰의 독립에 대한 손상이거나 불의를 보고 눈감는 처사가 아니다. 법원이 검찰에서 기소한 것만을 재판하는 소극적 진실규명 기관이라면 검찰은 스스로 범죄행위를 찾아내는 적극적 진실규명 기관이다. 검찰이 사건과 관련된 여러 가지 조건을 참작해 검찰권 행사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도 환자의 건강 상태를 살펴 집도해야 한다. 환자를 죽이는 수술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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