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코리아리스크’ 발등의 불이다

  • 입력 2003년 3월 7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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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로 인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경제 위기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국가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금리가 3개월 사이에 1.7배나 급등할 정도로 돈 빌리기가 어렵게 됐다면 이미 위험수위에 이른 것이나 다름없다. 언제라도 외환위기와 같이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는 비상시국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위기 요인이 단지 북한 핵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 핵위기가 해결된다고 해도 경제상황이 단기간에 나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소비와 투자가 얼어붙어 경기 회복 전망이 불투명하고 물가불안과 주가급락마저 겹쳐 총체적인 위기상황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난국에 노동계 일각에서는 총파업을 선언하고 있으니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북한 핵문제와 새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로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1월 초에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미국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재검토하기 위해 방한하고 이어 신용등급 전망을 두 단계나 내렸을 때 예견되었던 것이다. 국내외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업과 국민, 그리고 해외투자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정부의 ‘위기불감증’이다. ‘언론이 경제하락을 부추기는 보도를 하고 있다’는 식으로 언론에 책임을 떠넘기는 자세로는 위기 타결이 어렵다. 외국기업인들이 한국 방문을 취소하고 해외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고 떠나는 상황인데도 ‘경제 체질이 아직 튼튼하다’고만 되뇌는 정책담당자들의 말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새 정부는 경제위기 상황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경제팀은 “한국은 외환위기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됐던 자아도취에 다시 직면하고 있다”(블룸버그통신)는 경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 ‘발등의 불’로 떨어진 경제위기상황을 더 이상 외면하거나 방치하는 것은 중대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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