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베토벤 평전' '베토벤의 삶과 음악세계'

  • 입력 2003년 3월 7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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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음악가 평전이라면 으레 번역서를 연상해온 풍토에서 국내 저자에 의한 베토벤 전기 두 권이 등장했다. 두 권 모두 음악학 이외의 분야를 전공한 학자가 긴 시간 공들인 노력의 산물로 눈길을 끈다.

‘베토벤 평전’의 저자 박홍규는 노동법을 전공한 영남대 법학과 교수. 만화가 오노레 도미에나 화가 고야 등 진보적 예술가들의 평전으로 상당한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저자 스스로가 ‘노동자를 위한 베토벤 평전’이라고 밝히고 있듯 이 책은 전문용어를 가급적 배제하면서 ‘자유를 위해 투쟁한 진보적 예술가’로서 베토벤의 면모에 다가간다.

이 책은 베토벤이 성장한 본 부근 라인란트의 당대 사회적 기류를 설명하면서 대음악가의 내면이 형성된 단서를 찾는다. 프랑스에 가까워 종종 그 지배 아래 들어가기도 한 이 지역은 18세기 이후 자유주의의 영향을 강력하게 받았다는 것. 저자는 본대학 독서클럽 회원들과의 교류, 급진 계몽주의자 슈나이더의 강의를 청강한 일 등이 그의 사상을 정립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한다.

그가 나폴레옹에게 ‘영웅교향곡’을 헌정하려다 황제 즉위에 분노, 악보 표지를 찢어버렸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보나파르트 교향곡’이라는 제목을 취소한 데는 프랑스-오스트리아 전쟁 발발에 따른 ‘자기검열’이 큰 이유가 됐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베토벤은 과연 나폴레옹을 어떻게 여겼을까. 해방자를 향한 계몽주의적 이상과 현실의 독재자 사이에서 갈등한 나머지 현실 이데올로기에 대한 맹신에서는 벗어나게 되지만, 계몽주의의 궁극적 가치인 ‘이타적 사랑’과 ‘이성에 대한 믿음’은 오히려 더욱 강하게 지니게 되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베토벤의 삶과 음악세계’의 저자 조수철은 정신의학을 전공한 서울대 의대 교수. 그의 책은 주관적 ‘평전’ 이전에 객관적 자료를 풍부하게 엮은 자료집의 성격을 강하게 띤다. 눈에 띄는 점은 연대 순서에 따른 서술 뒤에 ‘질병론’ ‘인격 특성’ 등 주제별 논증이 부가됐다는 점.

베토벤의 거듭된 연애 실패에 대해 저자는 ‘자기애적 결여를 보상할 완벽한 대상을 원했기 때문에 항상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타인을 ‘선 또는 악’의 대극적 관계로만 설정했기 때문에 연애 외 후원관계에 있어서도 실망했을 때는 결별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두 책의 부제는 각각 ‘고난을 헤치고 환희로’, ‘갈등의 삶 초월의 예술’이다. 19세기적 전기(傳記)주의의 우상화를 벗겨내고 실증적 연구의 빛을 쪼인 뒤에도 베토벤은 ‘이성의 힘으로 암흑을 헤치고 정신의 빛을 부여한’ 인물로 당당히 존재한다는 증명처럼 느껴진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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