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동원/어정쩡한 두 위원회

  • 입력 2003년 3월 2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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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 자리를 지키라는 건가요, 알아서 비키라는 뜻인가요?”

금융감독위원회가 요즘 온통 헷갈리고 있다. 그곳에 몸담은 사람마다 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사정은 비슷하다.

사연의 전말은 이렇다. 이 두 조직은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장관급인 조직의 수장이 당연히 바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각 발표 이틀 전 “임기직 장관은 (임기를) 보장할 수 있다”라는 말이 돌았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조각 발표 때는 금감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 등은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가 없었다. 구구한 해석이 오가자 청와대 한 핵심인사는 “임기직 장관들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임기를 보장한다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본인 스스로가 그만두면 모르겠지만…”하고 뒷맛을 남겼다.

모호한 상황은 당연히 억측을 낳았다. 특히 ‘한지붕 두가족’이라는 말을 들어온 금감위와 금융감독원에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혼란스러운 모습까지 나타났다.

“임기인 8월까지 소신 있게 행정을 보라는 뜻 아니겠느냐.”(금감위 간부)

“의욕적으로 개혁을 하려는 새 정부를 위해 알아서 비켜달라는 메시지라는 걸 모르나.”(금감원 관계자)

이쯤 되자 일각에서는 ‘대북 비밀송금 사건의 특검이 실시되면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이근영(李瑾榮) 금감위원장(송금 당시 산업은행 총재)을 보호하려는 것 아니냐’는 풀이까지 나오고 있다. 조각발표 직전까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이 금융계 안팎을 접촉하면서 금감위원장 인선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김태동(金泰東·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금융통화위원도 최근 어느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재벌개혁을 얘기하는 노무현 정부에서 임기보장 때문에 금감위원장 등의 인선을 안 했다면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임기를 존중하지만 스스로 물러나면…’이라고 애매하게 말하기보다는 금감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 교체문제에 대해 보다 분명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금감위와 공정위는 수장의 거취가 불분명한 데 따른 조직불안정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동원경제부 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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