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둘로 갈라지는 3·1절의 함성

  • 입력 2003년 2월 28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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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년 전 일제하의 ‘3·1독립만세’는 전 민족의 하나된 목소리였기에 세계를 울렸다. 그러나 그로부터 27년 뒤인 1946년, 광복 후 처음 맞은 3·1절엔 좌익과 우익이 갈라져 기념식마저 따로 가졌다. 또한 시가행진 중에 폭력충돌이 빚어지기까지 했다. 좌우익이 각각 세력을 결집해 본격적인 투쟁태세를 갖춘 것도 그 무렵이었다.

바로 그해에 태어난 노무현 대통령 시대가 갓 개막한 지금 3·1절을 맞는 우리의 감회는 착잡하다. 식민지 공기를 마셔보지 않은 첫 대통령 탄생의 의미가 무색할 지경으로 사회적 균열이 심각해서다. 그리고 57년 전과는 시대상황이나 성격이 다르긴 하나, 또다시 ‘갈라진 3·1절’로 선열들을 노하게 할 것 같아서다.

오늘 보수와 진보 진영이 각각 대규모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쪽은 한국 내 북한추종세력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반(反)핵 반김정일 국민대회’를 연다고 하고, 다른 쪽은 ‘민족자주 반전평화 실현대회’ 및 ‘평화·통일 민족대회’를 연다고 한다. 그냥 별도의 집회가 아니라 상호대립과 대결의 성격을 띠고 있어 걱정이다. 더욱이 민족대회엔 북측 인사 100명까지 참석한다고 하니 하는 말이다.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각계 원로 188명이 시민사회단체의 양극화 현상을 우려하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국민이 힘을 모을 것을 호소한 것도 국론분열로 인한 사회갈등과 국력소모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양 진영 모두 원로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기를 간곡히 바란다.

노 대통령과 새 정부는 이 불안하고 불행한 현실을 직시하고 치유책을 서둘러 모색해야 한다. 57년 전의 갈라진 3·1절이 잉태한 민족적 비극을 상기하면서 비상한 각오로 통합에 나서야 한다. DJ집권 5년과 작년 대선 과정에서 소외감과 상실감이 깊어진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껴안는 게 급선무다. 그래야 사회적 상처가 아물고, 우리가 ‘부끄럽고 못난 후손’을 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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