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성원/‘검찰 독립’ 어떻게…

  • 입력 2003년 2월 28일 18시 20분


코멘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8일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의 인선 배경을 설명하면서 ‘법무부와 검찰의 독립’을 유례없이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검찰의 정치권 및 재계 수사 움직임에 대해 “정권이 바뀌면 조사기관들이 일거에 칼을 뽑고 열심히 일하더라. 이번에도 그럴 조짐이 있다. 검찰은 청와대 눈치보지 말고 평소 실력대로 하라”며 ‘검찰의 권력 눈치보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검찰독립을 구체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고뇌의 흔적이 엿보인다”(검사 출신 재선의원)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민주당의 한 검사 출신 의원은 “검찰수사에 일절 간섭하지 않을 테니 검찰도 ‘권력의 검찰’에서 ‘국민의 검찰’로 새로 태어나라는 주문이 담긴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노 대통령이 검찰을 정치적으로 조종 통제할 생각이라면 검찰 경험이 전무한 강 장관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다짐을 선뜻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분위기도 상존한다. 권력과 검찰의 유착을 청산하겠다던 집권자들의 다짐이 매번 구두선(口頭禪)에 그쳤기 때문이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만 해도 취임초 “검찰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며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해나가는 풍토를 만들 것을 다짐했으나 옷 로비사건, ‘홍(弘)3 게이트’ 등 각종 권력비리 사건마다 축소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사정’으로 정국을 돌파하려는 유혹에서 자유롭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없애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없으면 노 대통령도 과거 대통령들의 전철을 되풀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력 예속을 자초하는 듯한 검찰의 태도가 이런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노 대통령이 ‘검찰 독립’을 천명한 바로 그날 검찰은 불과 한 달 전 자신들이 수사유보를 결정했던 대북비밀송금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검찰이 수사토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여권이 부담스러워 하는 특검을 차단하겠다는 잔꾀로 비쳐졌다.

권력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검찰이 5년 뒤에는 노 대통령의 말대로 독립적인 최고사정기관으로 바로 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박성원기자 정치부 sw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