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철학 읽어주는 남자'…펴낸 탁석산씨

  • 입력 2003년 2월 28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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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읽어주는 남자/탁석산 지음/295쪽/1만2000원/명진출판

“철학은 인생론입니다.”

일반인들을 위해 ‘철학 읽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나선 저자는 “인간의 문제, 그중에서도 인생론을 다루는 것이 바로 철학의 할 일”임을 수차례 반복해 역설했다.

“형이상학, 인식론, 윤리학, 논리학 등 분야별 철학 전문가는 필요하지만 전문가끼리만 놀지 말고 인생론에 철학을 적용해야 합니다. 일반인들이 철학자들에게 원하는 것이 바로 인생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에서 박사후과정을 밟고 있는 저자는 “철학자는 사회에 도움을 주며 자신의 효용가치를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저서인 ‘한국의 정체성’과 ‘한국의 주체성’(책세상·2000)을 통해 철학자의 이 같은 역할을 몸소 실천해 왔다. 그는 이 책들을 통해 ‘한국’ ‘정체성’ ‘주체성’ 등 골치 아프고 딱딱하긴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주제들을 쉽고 명료한 언어로 정리해 독자들에게 소개했다.

이 2권의 책이 문고판으로 된 150쪽 내외의 소품이라면,

이번에 출간된 책은 일견 가벼워 보이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철학이란 무엇인가’부터 ‘철학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까지 철학 관련 문제 전반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철학은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미국의 저명한 사회철학자인 존 롤스의 ‘사회정의론’을 모델로 삼았습니다. 철학자는 실재하지 않는 어떤 가설을 공리로 세우고 이를 현실에 적용하여 자기 주장을 펼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철학이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는 일반인들이 실제로 생활 속에서 어떻게 가설을 현실과 연결시키며 철학적 안목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려 한다.

그에 따르면 성형수술을 하는 것은 ‘몸의 변화가 정신의 변화를 일으키고 정신의 변화는 행복을 증진한다’는 믿음 때문이고, 스포츠와 복권은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반작용’으로 생겨난 것이다. 이렇게 그는 화장, 패션, 유머, 행복, 운명, 통일 등 일상에서 만나는 주제에 철학의 ‘눈’을 들이댄다.

철학 하는 길로 일반인들을 안내하겠다고 나선 그가 이런 방식으로 철학에 접근하는 것은 현재 한국 철학의 상황에 대한 심각한 반성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의 제3장을 ‘이 땅의 철학’에 대한 반성과 비판에 할애했다.

“한국 철학계의 문제는 수입 철학의 범람, 교수 중심, 철학계의 폐쇄성입니다. 스승이나 선배에게 잘 보여서 대학 내부에서 자리만 잡으면 현실사회와 괴리되는 것을 보며 바깥에서 충격을 줘서 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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