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칼리 피오리나'…'HP+컴팩'이뤄낸 여걸의 도전

  • 입력 2003년 2월 28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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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 피오리나/조지 앤더슨 지금 이중순 옮김/399쪽 1만원 해냄

비즈니스위크 ‘올해(2003년)의 인물’, CNN머니 ‘올해의 여성’ 등 주요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은 휴렛팩커드(HP)의 최고경영인(CEO) 칼리 피오리나.

1999년 루슨트테크놀로지 CEO에서 휴렛팩커드로 옮긴 피오리나씨는 1990년대 이후 침체를 거듭하고 있던 HP에 대대적인 메스를 들이댔다.

흔히 ‘HP 방식’으로 불리는 이 기업의 독특한 기업문화는 기술적 탁월성, 팀워크, 인간중심의 경영, 건전한 재무구조, 지역사회에의 봉사 등을 위주로 해 경영학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기술적으로 완벽한 최고의 제품이 아니면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는 장인정신은 HP를 이끌어온 원동력이었다. HP 직원들의 이직률은 5%로 업계 최저 수준이었고 ‘우리가 최고’라는 자부심에 가득찼다.

하지만 ‘HP방식’은 정보기술(IT)혁명이 불어닥친 1990년대에는 시장의 흐름에 뒤지는 결과를 불러왔다. 피오리나씨는 HP의 부활을 위해선 ‘HP방식’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보고 임금 삭감과 6000명의 강제해고 등 충격요법을 실시했다.

그는 이어 2001년 ‘21세기 초 가장 드라마틱한 합병 사례’로 기록될 240억달러 규모의 ‘HP와 컴팩’의 합병으로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다. 컴퓨터 시장 점유율 1위와 연간 25억달러의 비용 절감을 노린 승부수였다.

하지만 이 합병은 피오리나씨에게 가장 큰 시련을 안겨줬다. 발표 직후 주가는 주당 5달러 이상씩 떨어졌고 창업자 후손인 월터 휴렛을 비롯해 휴렛재단, 팩커드 재단 등이 모두 합병에 반대한 것. 월가의 투자분석가들은 ‘합병 가능성은 5% 미만’ ‘피오리나씨가 그만둘 때가 됐다’는 등의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는 끊임없는 설득작업과 빈틈없는 홍보 덕분에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었고 결국 주주 투표에서 51.4% 대 48.6%의 근소한 차로 승리를 거뒀다.

물론 HP와 컴팩 합병이 성공작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그러나 합병 초인 지난해 4·4분기에 매출 180억달러, 순익 3억9000만달러를 기록해 2001년 동기 매출 182억달러, 적자 5억500만달러에 비해 월등한 실적을 올렸다.

이 책은 피오리나씨의 전기라기보다는 그의 취임 이후의 HP 역사에 가깝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자가 피오리나씨를 6번, 월터 휴렛을 4번 인터뷰하고 HP 임직원을 수없이 만나는 등 발품을 판 점이 돋보인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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