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홍동원/‘인생역전’에 가려진 상업주의 ‘요물’

  • 입력 2003년 2월 27일 18시 05분


코멘트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로또 복권’을 보며 10여년 전 독일 유학시절이 떠올랐다. 독일에서도 로또 복권 1등 당첨자가 몇 주일 째 나오지 않아 판매금액이 최고치를 경신한 적이 있었다. TV 뉴스 말미에 “꼭 복권을 사서 기대를 한번 해 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1등 번호가 발표된 날 저녁 독일인들은 쓰라린 경험을 하게 됐다. 1등 당첨자가 수십명이어서 오히려 2등보다 적은 돈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발행되는 로또 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은 약 800만 분의 1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인생역전’에 도전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통계와 확률을 기본으로 하는 이 같은 상업주의 논리는 미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비운의 흑인 예술가 장 미셸 바스키아는 빈민굴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갖은 고생을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천재 화가로 키워진다. 그는 주체할 수 없는 돈과 명성을 얻으며 ‘인생역전’을 맞이하지만 방탕한 생활로 스물여덟살의 나이에 에이즈로 사망했다.

어쨌거나 매주 토요일이면 ‘인생역전’의 꿈의 숫자가 발표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바람이 부질없음을 확인하고 또다시 다음주를 기약할 것이다. 로또 복권이 서민들의 ‘희망’이 아닌 상업주의의 ‘요물’로 남지 않기 바란다.

홍동원 ‘글씨와 미디어’ 아트디렉터·본보 독자위원회 위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