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수위 국정과제 내각이 걸러야

  • 입력 2003년 2월 21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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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참여정부’ 국정의 3대 목표, 4대 원리, 12대 과제를 정리해 내놓았으나 중요한 게 하나 빠져 있다. 즉, 인수업무의 기본인 현 정부 국정수행에 대한 진단과 평가가 없다.

새 정부 출발점은 현 정부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나, 국정의 연속성 유지가 바로 인수위의 존재 이유라는 점에서 현 정부 국정성패에 대한 종합적 체계적 분석에 무게를 두지 않았던 것은 유감이다. 그동안 인수위의 시행착오나 월권에 대한 지적과 비판이 잇따른 것도 이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부과제가 100개를 훨씬 웃도는 새 정부 국정과제를 한마디로 평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현 정부 국정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개혁색이 강화된 느낌을 준다. 특히 경제 노동 사회 분야에서 분배와 참여, 차별해소와 복지가 한결 강조되고 있어 추진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인수위가 제시한 국정방향과 주요 정책은 새 정부 국정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게 틀림없다. 새 청와대 비서진도 전체적으로 인수위와 성향이 비슷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소장학자 중심의 인수위가 불과 50여일 만에 국정 전반의 문제점을 소상히 파악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당연히 국정과제를 정치하게 다듬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인수위 국정과제가 무슨 구속력을 갖는 것도 아니다.

새 내각이 이를 잘 걸러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내각은 국정과제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 및 예상 효과 등을 꼼꼼히 따져 설익은 국정과제부터 가려내야 한다. 그 다음 예산과 입법의 뒷받침이나 사회적 요구와 여론 등 국정환경을 감안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또한 원칙은 지키되 상황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실용적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현실을 외면한 채 이념과 명분에만 집착하면 국정파행과 국론분열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내각은 인수위와 다르고, 국정에는 연습이 있을 수 없다. 집권 초의 국정과제 여과기능이 5년간의 국정성패를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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