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입사 3년 차 초보 연구원이었던 김 과장에게 “치약보다 미백 효과가 큰 신개념 상품을 개발하라”는 팀장의 지시가 떨어졌다. 이때 나온 아이디어가 치아에 붙이는 미백 상품.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참고 자료는 거의 없었다. 그는 고분자 사전 등을 뒤져가며 인체에 해가 없고 치아에 잘 붙는 필름 원료부터 찾았다. 아이들의 문구용 스티커 껍질에 아이섀도용 붓으로 미백 물질을 발라 인조 치아에 붙이는 실험까지 했다.
1999년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는 방법을 김 과장이 찾아내자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회사측은 연구원 5명으로 팀을 꾸려 본격적인 상품 개발에 나섰다.
“주말부부이기 때문에 혼자 키우던 네 살배기 딸이 제일 큰 걱정이었어요. 어린이집에서 놀던 아이를 회사로 데리고 와서 연구를 하며 돌봤습니다.”
미백 효과가 기존 제품보다 2배 이상 높은 물질을 찾아내고 잔뜩 들떠 있다가 상품화에 실패해 좌절하기도 했다. 찾아낸 원료가 온도에 너무 민감해 연구가 처음으로 되돌아갈 뻔한 적도 있었다. 그는 “좌절감 때문에 계단조차 오르기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시제품을 만들면 그가 가장 먼저 써봤다. 하얗게 변한 김 과장의 치아를 보면서 반신반의하던 회사 관계자들도 성공을 예감했다고 한다.
그는 “힘든 과정을 거쳐 ‘아이’를 낳았으니 이제는 잘 키우는 일만 남았다”며 “새로운 제품이 시장에 나갈 때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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