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가장 큰 매력은 할인판매다. 이에 비해 정가제로 책을 파는 동네 책방은 울상이다. 한때 6000곳에 달했던 서점이 이젠 2000여곳으로 줄었다. 세태 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과이지만 동네 서점이 쓰러져 가는 것을 방치할 수만은 없다는 소리도 나온다. 지역의 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책값 할인경쟁이 치열해지면 문화생산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문화 보호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도입하게 된 도서정가제가 27일 시행에 들어간다. 정가 판매를 유지하되 인터넷서점의 경우 원칙적으로 10% 할인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나마 2008년 이후 이 제도는 폐지되기 때문에 서점들은 잠시 유예조치를 받은 셈이다. 궁지에 몰린 동네 서점들은 새 제도의 문제점을 열거하며 어제 하루 동안 항의 표시로 철시에 나서기도 했다. 가격경쟁과 인터넷서점의 성황은 사회적 대세로 이를 인위적으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1일 폐업’이라는 배수진을 친 동네 서점들의 외침을 전적으로 외면하기도 어렵다. 책방이 자취를 감춘다면 잠시 서점에 들러 종이냄새 속에서 이 책 저 책 뒤적이는 삶의 여유는 사라질 게 아닌가.
▷정작 얄미운 것은 인터넷과 오프라인서점의 줄다리기를 틈타 책값을 크게 올린 출판사들이다. 지난해 책값 상승률은 15.4%나 됐다. 인터넷서점에서 할인판매되는 것을 감안해서 값을 올렸기 때문이다. 과도기에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있다더니 독자들만 손해보고 있다. 정가제가 시행되면 올린 책값은 내려야 한다. 출판사도 책값이 오르면 소비가 줄기 때문에 당장의 이익에 즐거워할 입장은 아니다. 동네 서점들도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생존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겠지만 출판산업이 ‘문화의 세기’에 전략 분야라는 점에서 여러 당사자들은 자신의 이익에 급급하기보다는 숲 전체를 바라보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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