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애인 대학문호 넓혀라

  • 입력 2003년 2월 9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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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이 장애인 학생을 받아들이는 데 너무 인색하다. 4년제 대학 가운데 장애인 특별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은 전체의 23.8%에 불과하다는 게 교육부 조사 결과다. 이들 대학의 총 입학정원은 36만명이나 되지만 지난해 장애인 전형의 모집인원은 고작 1000여명이었다. 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대학들이 여전히 장애인 입학을 외면하고 있다.

국가나 사회가 장애인을 지원하는 방법에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대학 입학에서 장애인을 배려하는 것은 우리 현실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 대학교육을 받지 못한 장애인들은 사회적 역할이 그만큼 축소되고 경제적으로도 가난하게 살아가는 악순환의 길을 걷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장애인 학생들이 다니는 특수고교의 대학 진학률이 20.9%로 일반고교의 85.2%에 비해 크게 낮다는 것은 바로 그 같은 악순환을 예고하는 것이다. 많은 장애학생들이 대학 문턱에도 못 가고 주저앉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인 전형은 기존 입학정원과는 별도로 이뤄지는 만큼 다른 입시생에게 불이익을 주지도 않는다.

장애인들은 입학 후에도 많은 난관을 겪는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강의를 맡은 교수가 장애인 학생에게 ‘학점은 줄 테니까 수업에 안 들어와도 된다’며 결석을 권유한 사례까지 있었다. 장애인 학생을 위한 편의시설도 설치율이 60%를 넘지 못해 학업을 중도 포기하는 장애인도 상당수에 이른다.

해마다 대학입시 시즌이 되면 장애인들이 명문대에 입학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감동을 주지만 흔치 않은 일이다. 이들 뒤에는 대학의 높은 벽에 좌절해 눈물을 흘리는 훨씬 많은 장애인 학생들이 있다.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도록 대학들은 장애인에 대한 문호를 획기적으로 넓혀야 한다. 한 사람의 장애인을 위해 수만달러를 들여 편의시설을 설치했다는 어느 외국 대학과 너무도 극명하게 비교되는 게 우리 대학들의 장애인에 대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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