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경제는 안팎으로 악재에 휩싸여 있다. 유가 불안의 영향으로 무역수지가 3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조짐이고 소매 판매가 4년 만에 감소할 정도로 내수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물가는 큰 폭으로 오르고 기업들은 여전히 투자를 꺼린다.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종합주가지수 하락률이 세계 주요증시 가운데 가장 컸다니 해외 투자자들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이대로 가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경기는 내리막길을 걷게 될 공산이 크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재정경제부 일각에서 제한적인 부양론이 나올 만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부양책을 거론할 처지조차 못된다. 과거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의 후유증으로 가계부채와 신용카드빚이 지나치게 늘어 부양책을 쓸 만한 여력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무현 당선자는 단기 부양책의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해외 투자자들은 새 대통령이 재벌문제를 비롯한 개혁정책을 마무리하고 노동, 신용대출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주시하고 있다. 예컨대 강성 노조가 구조조정을 방해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국유화된 은행의 민영화가 지연된다면 투자자들은 다시 발길을 돌릴 것이다.
새 정부가 섣부른 ‘자아도취’에 빠진다면 다시 경제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북한 핵 위협을 극복하고 나면 북한이 아니라 남한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비즈니스 위크)는 지적에 주목해야 한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난 뒤에는 이미 늦다. 뒤늦게 지난 정권의 잘못이라고 비난하는 소리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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