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독총리' 없어지려나

  • 입력 2003년 1월 17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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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개헌론의 핵심은 권력분산이다. 그렇다고 헌법을 고치지 않고는 대통령으로의 권력집중을 제어할 방법이 없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현행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도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해볼 수 있다. 총리의 권한을 헌법에 충실하게 보장하자는 책임총리제도 그중 하나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이를 공약으로 내건 것이나, 국무총리실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실현 방안을 건의한 것도 같은 취지일 것이다.

‘의전총리’ ‘대독총리’ ‘들러리총리’ ‘방탄총리’로부터 ‘수석장관’에 이르기까지 수식어만 봐도 역대 총리가 얼마나 무력했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제도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아직도 총리를 왕조시대의 영의정과 같이 보는 의식과 관행의 문제가 더 컸다.

순수 대통령제의 부통령과도 다르고 의원내각제의 수상과도 다른 변형된 대통령제의 기형적 산물인 한국의 총리는 그동안 위상과 역할이 모호해 무용론 폐지론이 나올 정도였던 만큼 권한강화를 둘러싼 논란의 소지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시점에선 책임총리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높다. 둘째, 책임총리제란 새로운 게 아니라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이나 해임건의권과 같은 헌법상의 권한을 총리에게 있는 그대로 찾아주자는 것이다. 셋째, 노 당선자가 내년 총선 이후 다수당에 총리지명권을 주겠다고 한 이상 예비단계를 거칠 필요가 있다. 넷째, 노 당선자는 2006년쯤부터는 개헌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했는데, 그 전에 현행 헌법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운용해보는 게 마땅하다. 다섯째, 대통령의 짐을 나눠질 책임총리에겐 정권 변동기 정치적 완충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책임총리제를 하려면 확실히 해야 한다. 물론 권력시스템의 변화에 따른 혼선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충분한 대비가 선행돼야 한다. 국민이 더 이상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총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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