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사권 갈등 볼썽사납다

  • 입력 2003년 1월 15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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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공약인 경찰 수사권 독립을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 사이에 벌어지는 진흙탕 싸움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경찰이 인권의식 자질 청렴성에 대한 겸허한 반성 없이 일시에 수사 주재권을 갖겠다는 발상에도 문제가 있지만 검찰이 이에 맞서 전국 검사들에게 경찰 비리를 캐내라고 지시한 것도 졸렬하다.

정권 교체기마다 수사권 독립을 외치고 나오던 경찰이 이번에는 일전 불사의 태도로 검찰과 대등한 수사권 독립안을 인수위에 보고했으나 이것은 검경의 세력 다툼으로 결정날 일이 아니다. 경찰 수사가 검찰의 사전 통제와 사후 보강을 완전히 배제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폭넓게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경찰이 1차 수사에서 가지는 권한은 나라마다 달라 어떤 제도가 반드시 지고지선이라고 하기 어렵다. 미국 등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경찰이 검찰 송치 전까지 영장 청구 등 독자적 수사권을 행사하고 독일 등 대륙법계 국가들은 수사의 주체자로 검사의 명령권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일본은 미군정 이후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면서 경찰이 독자 수사권을 가진 1차 수사기관으로 영장 청구 등 강제처분권을 폭넓게 행사한다.

경찰 수사권 독립론이 제기될 때마다 시기상조를 들먹이며 경찰 비리 수사로 대응하는 검찰도 밥그릇 지키기의 구태의연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실상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는 교통사고 등 경미한 사건과 강절도 등 민생치안 범죄에 대해서까지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함으로써 중복 수사에 따른 국민 불편과 공권력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찰대 출신 등 우수한 간부들이 사법경찰관으로 다수 진출한 현실에서 경미한 사건의 수사권을 제한적으로 넘겨주는 방안을 검토할 시기가 됐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는 검경의 세력 다툼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의 인권보호와 편의제공 차원에서 결정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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