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000억원' 조사 않고 북한 보내나

  • 입력 2003년 1월 13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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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4000억원 불법대출 의혹이 불거진 뒤 해외에 체류하던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입국하자마자 북한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정부와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4개월 만에 귀국한 그가, 불법대출 사건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고 있고 검찰 수사를 앞둔 시점에서 정세현 통일부장관을 만난 것도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이처럼 국민적 의혹을 받고 있는 큰 사건의 핵심 인물이 입국 직후에 통일부장관을 만나고 북한으로 갈 수 있다는 말인가. 현대아산의 대북 사업이 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일이다. 이러니 현대아산의 대북 사업과 정부의 햇볕정책 그리고 산업은행의 특혜대출 사이에 뭔가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금강산 육로관광을 위한 임시도로 개통과 개성공단 등 교착상태에 빠진 대북 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방문목적을 주장하지만 북핵 문제가 터졌는데 무슨 경협인가. 시기가 시기인 만큼 정부가 비공식 대화창구로 그를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사실이라면 미국을 상대로 핵개발 게임을 벌이는 김정일 정권을 상대로 그에게 역할을 주는 것이 옳은 일인지 따져 보아야 한다.

정 회장은 방북에 앞서 통일부장관에게 금강산 관광경비 지원을 빨리 재개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핵문제가 걸려 있는 마당에 관광경비 지원을 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감사원은 자료제출을 하지 않고 있는 현대상선에 끌려다니는 모습이고 검찰은 감사원 고발을 무한정 기다리는 자세여서 과연 정부에 진상규명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4000억원 사건’이 터진 후 귀국을 않던 정 회장이 제 발로 들어왔는데도 정부는 이 문제를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고 한다.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 거액 대출의 진상 규명을 흐지부지하겠다는 뜻인가. 당국은 정 회장이 귀국한 김에 조사를 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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