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개혁 5]정책 정당

  • 입력 2003년 1월 9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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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개혁 논의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 주제는 정책중심 정당화이다. 정당이 사무처 중심의 동원 조직에서 정책을 생산하고, 의원 입법활동을 뒷받침하는 정책중심 기구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정당화는 원내정당화와 맞물려 있다. 정당이 입법 주체인 국회의원 중심의 원내정당으로 바뀌어야 정치의 중심이 국회로 옮겨지고 입법기능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16대 국회 법률안 처리 현황
(2002년5월~2002년12월)
접수가결폐기 및 철회미처리
의원 발의1,162259350553
정부 제출4433245861

정책중심 정당이 되려면 당 조직과 기능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 대체적인 윤곽은 원내정당 체제에서의 당 리더인 원내총무 아래에 수석부총무급이 정책을 총괄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에는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맞편성한 10여개의 분과위원회를 만들어 소속 의원들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게 된다. 당 대변인이 해오던 정책브리핑이나 대국민 정책홍보 기능도 분야별, 또는 분과위원회 간사가 직접 해야 한다는 게 정책정당화를 요구하는 의원들의 주장이다. 현재의 당 정책위원회가 확대 개편한 정책관련 기구가 당의 근간이 되는 셈이다.

2000년 5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16대 국회의 법률안 처리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 의원들이 고유기능인 입법활동에 얼마나 소홀한지, 정당들이 정책과는 얼마나 거리가 먼지를 알 수 있다. 2년반 동안 의원 입법은 1162건 발의에 259건만 가결됐다. 국회의원(재적 273명) 한 명당 단 한 건의 법률안도 생산하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가결된 의원입법안 중 상당수는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만들었으면서도 법안을 통과시키기 쉽다는 이유로 의원들의 이름을 빌려 제출한 ‘숨은 정부입법’이다.

그러나 정당의 외형만 정책 기구 중심으로 바꾼다고 해서 정책정당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법안의 내용도 모른 채 당론에 따라 찬반표를 던지는 현재의 의원 자질로는 제대로 된 정책을 생산해 내기 어렵다. 상당수 초·재선 의원들조차 “국회의원 활동의 요체는 정책이 아니라 정치다”며 정책을 홀대하는 상황에서는 ‘국회=통법부’라는 오명을 벗기 어렵다.

정책정당화는 의원 개개인이 ‘입법활동이 본업이다’는 인식을 갖고 정책개발을 위해 꾸준히 준비하고 공부하는 자세가 선행돼야만 가능하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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