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亞 내셔널 어젠다위 제안]김호기/다음 세대에 꿈과 희망을

  • 입력 2002년 12월 22일 18시 57분


역사에 비약은 없다. 선거를 앞두고 그럴듯한 정책이 숱하게 제시되지만 새 정부가 구성되면 그 장밋빛 약속에는 새로운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어떤 정책이라 하더라도 다양한 집단의 이익들이 난마처럼 얽혀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지난 5년을 돌아봐도 마찬가지다. 교육개혁, 의약분업 등 많은 정책이 의욕적으로 추진됐지만 대부분이 좌절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도가 선하다고 해서 결과가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지 그룹이나 비판 그룹 모두에게 작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교육정책은 그 대표적 사례다. 교육이 나라의 근본임에도 일관성 부족으로 미로를 헤맸다. 지난 5년 동안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여섯 차례나 바뀐 것이나 1998년부터 2000년까지 고등교육 지원국장의 평균 재직기간이 10개월도 채 안 됐던 것은 이를 단적으로 증거한다.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정책을 결정하니 일관성도 없고 눈앞에 보이는 성과에만 집착하게 됐다. 지식정보사회에서 교육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는 것은 결국 말의 상찬에 불과했지 우리 대학교육의 경쟁력은 여전히 정체돼 있는 게 현실이다.

역사에 비약은 없지만 그로부터 교훈은 얻을 수 있다. 현 정부의 시행착오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단기적 이익만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기에 연연하거나 ‘정치의 논리’에 휘둘릴 때 정책의 목표는 실종될 수밖에 없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으나 특히 사회·문화·교육 분야에서 새 정부 정책은 무엇보다 ‘다음 세대에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 나라는 우리 세대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가 당당하게 살아갈 공간이다. 그러기에 새 정부는 다음 세대가 꿈과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장기적인 목표를 겨냥한 정책들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원칙이 중요하다. 제도의 개선 못지않게 그 안에 존재하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게 그 하나라면, 삶의 양과 질을 동시에 고려하는 게 다른 하나다. 다음 세대의 꿈과 희망을 위한 장기 투자야말로 새 정부의 사회·문화·교육 정책에 부여된 1차적 과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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