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기자의 건강세상]선행하면 면역력 증가

  • 입력 2002년 12월 22일 17시 14분


16대 대통령 선거일이었던 19일 오전. 책을 사러 급히 서점에 가다가 지하도의 구세군 냄비 앞에서 5, 6명이 함께 기도하는 모습을 봤다. 모두 투표하고 평소보다 조금 늦게 나온 듯했다.

구세군에 따르면 온 국민의 촉각이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쏠려 있던 때에도 구세군 냄비에서는 100만원 봉투가 잇따라 발견됐다. 택시 기사와 상인들은 경기가 한파라고 걱정이지만 이런 와중에도 모금액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선행(善行)은 사회를 건강하게 하지만 선행을 베푸는 자신도 건강케 한다. 선행을 할 때의 뿌듯함은 긍정적 마음과 맞닿아있다.

선행을 할 때에는 뇌의 이마엽과 가장자리계가 만나는 부위인 ‘A10 영역’이 작용해서 엔돌핀과 엔케팔린 등의 물질이 분비되고 이 때문에 면역력이 올라가면서 진통 작용이 생긴다.

몇 해 전 일본과 국내에서 돌풍을 일으킨 하루야마 시게오의 책 ‘뇌내혁명(腦內革命)’의 뼈대는 ‘플러스 발상’을 하면 뇌에서 엔돌핀이 분비돼 몸이 행복감을 느끼고 진통 작용을 한다는 것. 플러스 발상은 늘 사물을 희망적으로 보는 사고방식, 범사에 감사하고 즐거워하는 마음이다. 이런 마음은 선행과 맞물려 있다.

웃음을 비롯한 긍정적 사고는 질병을 치유하는 효과도 있다. 의학계에는 사람이 긍정적으로 생각할 때 백혈구와 면역글리블린이 증가해 면역력이 강화되고 면역을 억제하는 코르티졸과 에프네피린이 줄어드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또 미국 미시간대 사회학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희망, 낙관적 사고가 수명을 20% 이상 늘리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선행도 의무적으로 하면 되레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미국의 심리 상담가인 해리엇 브레이커는 저서 ‘남 기쁘게 해주기라는 병’에서 “수백 명의 환자가 남을 기쁘게 하려고 신경쓰다 마음에 이런저런 병이 걸린 상태”라고 주장한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의식 영역에서 본능을 무시하고 당위만 강조하면 무의식과의 괴리 때문에 정신에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한다. 어릴 적부터 남을 도우면서 기쁨을 느끼면 이런 괴리가 적어진다. 또 매일 아침 화장실 거울을 보면서 ‘내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다’를 몇 번 되풀이해서 말하면 도덕적 의무감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번 연말에는 아이에게 ‘선행의 기쁨’을 선물해야겠다.

필자의 아내는 딸아이에게 착한 일을 할 때마다 얼마씩 줘서 저금을 하게 하고 있다. 아이는 연말에 저금통을 깨 롤러블레이드를 사는 꿈에 부풀어 있는데 다른 사람을 위해 일정액을 쓰도록 ‘유혹’ 해야겠다. 그리고 엄마와 ‘착한 일 게임’을 계속하도록 새 저금통을 사 줘야겠다. stein3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