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리더십,줄리아니-위기를 경영한다'

  • 입력 2002년 11월 29일 17시 49분


◇ 리더십, 줄리아니 - 위기를 경영한다/루돌프 줄리아니 지음 박미영 옮김/451쪽 1만5000원 루비박스

토머스 제퍼슨은 대통령이란 ‘매일 친구를 잃어버리는 자리’ 혹는 ‘빛나는 비참함’이라고 정의했다고 한다. 리더의 고독과 고뇌가 뼈아프게 녹아있는 말이다. 역사상 훌륭한 리더들의 특징을 리더십과 연결지으려는 노력은 늘 존재하지 않는 인간을 만들어 내었다. 지적이면서 대중적이며, 단호하고도 포용적이며, 효율적이면서 가치지향적이고, 민주적이면서 강력한 인간이란 매력적이지만 실존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그 양면성의 적절한 균형을 동경할 뿐이다.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 역시 강점과 동시에 약점을 가진 한 인간에 불과하다. 그는 전립샘암을 앓고 있었다. 다른 곳으로 암이 전이되는 두려움에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떨기도 하고, 젊은 의사들과 간호사들 앞에 그곳을 드러내 놓는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재임 8년 동안에 뉴욕을 바꾸어 놓았다.

1994년 그가 시장으로 취임하기 전 한때 화려하기 그지없던 뉴욕은 미국 범죄의 온상이었다. ‘타임’지는 뉴욕을 ‘썩어가는 빅 애플’이라고 불렀다. 범죄와 실업은 미국 내에서 최악이었다. 운전사들은 차창에 작은 깃발을 꽂아두었다. 그 깃발에는 ‘라디오 없음’이라고 쓰여 있었다. 말하자면 차가 털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둑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호소문이었다. 신호대기나 교통체증으로 막혀 있는 차에 접근하여 느닷없이 세척제를 뿌려대고 더러운 걸레로 한두 번 차창을 문지른 후, 협박에 가까운 세차료를 요구하는 광경은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뉴욕 방문객이 범죄를 피할 수 있도록 나누어 준 팸플릿에는 ‘가능한 눈을 맞추지 말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뉴욕은 주민의 60%가 이 도시를 떠나고 싶어하는 ‘눈조차 서로 맞출 수 없는 도시’였다.

그러나 그가 2선 시장을 마감하고 떠나는 2001년 말, 뉴욕은 미국내의 범죄로부터 가장 안전하고 풍요로운 도시 중의 하나가 되었다. 2000건에 달하던 살인사건은 3분의 1로 줄었다. 타임스퀘어 복원계획에 따라 대기업의 본사가 옮겨오고, 할렘가에는 200개가 넘는 사업체들이 새로 문을 열었다. 5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져 10%가 넘던 실업률은 6% 선으로 낮아졌다. 관광객 수는 50%가 늘어나 2000년 1년 동안 약 3700만명이 뉴욕을 찾았다. 뉴욕은 다시 미국 최고의 도시가 되었으며, 가장 훌륭한 스포츠도시이며 가장 맛있는 음식도시로 변모했다. 무디스는 뉴욕시의 신용등급을 Baa에서 A2로 상향 조정하였다. 그리고 줄리아니는 ‘타임’지가 선정한 2001년 ‘올해 최고의 인물’이 되었다.

8년 동안 그는 무슨 ‘짓’을 한 것일까? 줄리아니 본인의 말을 빌리면 몇 가지의 원칙들이 이런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는 용감하고 위대한 사람들과 한 팀을 이루었다. 그들과 믿음을 공유하고 그것을 키워 나갔다. 작은 일부터 시작하여 그 신선함이 파문처럼 사회 전역에 퍼지게 했다. 그는 철저히 준비했고, 수세에 몰린 팀원을 보호했다. 그리하여 그들이 눈치보지 않고 신념에 따라 전력을 다하게 했다. 그리고 약속은 적게 하고 결과는 많이 보여주었다. 이것이 그가 주장하는 자신의 리더십 원칙이다.

썩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괜찮은 변호사이고 훌륭한 시장인지는 모르지만 훌륭한 작가는 아닌 것 같다. 전체적으로 지루하고 난삽하다.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 맥마흔 판사에 대한 외경심, 그리고 전립샘암과 일상의 싸움 등이 읽을 만했다. 아, 그리고 9·11의 비명과 세계무역센터 건물 2동이 내려앉는 모습과 먼지를 뒤집어 쓴 넋 나간 미국인들의 모습이 생생히 되살아났다. 어린 여학생 둘을 죽이고 무죄평결을 받은 미군 두 명의 모습과 함께. 이 기묘한 오버래핑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얻은 부산물이다. 구 본 형 변화경영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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