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범죄자의 행동엔 단서가 있다” '수사심리학'

  • 입력 2002년 11월 22일 17시 37분


◇수사심리학/김종률 지음/312쪽 1만2000원 학지사

수원지방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인 현직 검사가 지은 수사교재지만 추리소설만큼 재미있다.

피의자가 조사를 받는 도중 달리 피로를 느낄 만한 이유가 없는데 자주 하품을 한다면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품은 명확한 사고선(thought line)을 유지할 수 없을 때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지연전술이다.

수사관의 질문을 자주 되묻는 것도 지연전술의 하나다. 수사관이 “밤새 총을 들고 있었나요”라고 물었을 때 “총을 들고 있었냐고요? 아니에요. 나는 총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어요”라는 식으로 수사관이 한 질문을 반복한다면 그런 피의자는 무의식중에 생각할 시간을 벌고자 하는 것이다.

지연된 반응과 마찬가지로 성급한 반응도 수사에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수사관이 “당신의 처를 죽인 사람이 어떻게 그 집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고 하자. 이런 성찰적 질문에는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상인데 피의자가 즉시 “몰라요”라고 답했다면 그는 안절부절못하고 있는지 모른다.

물론 무고한 피의자도 조사의 초반부에는 불안해하는 것이 정상이고, 그 상황에서 질문에 조기반응을 보이는 것이 납득할 수 있는 일이지만 조사가 시작된 지 15∼20분쯤 지나서 이런 반응이 나온다면 기만의 좋은 징후가 된다.

손과 팔의 자세도 눈여겨봐야 한다. 두 명이 근무하는 부품공장에서 1년간 상당량의 부품이 없어져 본사에서 공장장과 종업원 두 사람을 고발했다. 두 사람이 소환돼 조사를 받았는데 한 사람은 자세를 다양하게 변화시키면서 이야기를 하는 반면, 혐의가 농후한 다른 한 사람은 조사실 의자에 앉자마자 손을 자신의 허벅지 밑으로 놓고 팔꿈치를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

무고한 피의자의 자세는 조사 도중 대화의 내용에 따라 자연스럽게 바뀐다. 그러나 기만적인 피의자는 최초 취한 자세로부터 결코 의미있는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 거짓 대답을 지어내느라 과도히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답변 도중 수사관 쪽으로 몸을 기울여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전진 자세는 진실한 피의자로부터 자주 목격된다. 반면 거짓말을 하고 있는 피의자는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면서 수사관으로부터 멀어지는 자세를 취한다.

간간이 들어 있는 실제 수사 사례도 흥미롭다. 그중 하나.

한 수사관이 은행원인 친구가 맡긴 5500만원 중 일부인 500만원을 빼내 사용한 후 5000만원만 맡겼다며 오리발을 내민 사건을 맡았다. 그는 긴급체포된 피의자가 조사실로 들어서는 것을 보고 다음과 같이 질문해 간단히 시인을 받았다.

문:너 은행직원 맞아?

답:예.

문:은행직원이 돈 500만원 때문에 잡혀와?

답: ….

문: 나가면 갚아.

답:(엉겁결에) 예.

저자는 2000년 미국 샌타클라라대학에서 연수를 받으면서 FBI 요원 등과 함께 얼굴표정 하나, 손짓 하나까지 구체적 수사기법을 교육하는 세미나에 참석해 감명을 받고 이 책을 지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죄가 있는 피의자는 스트레스성 질문에 뒤통수를 만지거나 긁는다.(왼쪽)
죄가 있는피의자는 손으로 입을 가리는 동작을 흔히 한다.(사진속 인물은 피의자가 아님)

조사를 받을 때 두 손으로 발목을 잡고 앉는 것은 전과자들이 주로 취하는 자세다.(왼쪽)
죄가 있는 피의자는 상대를 안 보겠다는 듯이 손으로 눈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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