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단일화합의, 짚고 넘어갈 게 있다

  • 입력 2002년 11월 17일 18시 26분


민주당 노무현,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통령후보가 후보단일화에 합의함으로써 대선 구도는 또한번 요동치고 있다. 우리는 먼저 단일화가 당사자들의 문제이고 그 정당성 여부는 최종적으로 유권자들의 판단에 맡길 일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화의 방법과 절차 및 조건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여론에 의한 단일화’는 대선의 의미를 변질시킬 위험이 있다. 여론이란 시시각각 변할 수 있는 존재인데 특정 시점의 부분적 조사결과로 공당의 대선후보를 정하는 방식은 투기성이 너무 강하다. 공약이나 이념에 간단히 뛰어넘을 수 없는 간극이 있는 두 후보가 그런 식으로 단일화하면 정체성만 더욱 헷갈리는 ‘점박이후보’가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두 후보가 이제부터라도 정책적 접근을 위한 진지하고 성실한 노력을 보여주는 게 유권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책의 일관성과 차별성으로 심판받는 ‘정책선거’는 또다시 실종될 수밖에 없다.

둘째, 단일화를 위한 TV토론은 대선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공식선거운동 개시일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서 특정 후보들만의 TV토론은 선거운동의 기회균등원칙에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후보들의 참여를 보장한다 하더라도 특정 후보간의 ‘단일화 흥행’을 위한 TV토론은 그 자체로 다른 후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므로 논란의 소지가 많다.

셋째, 단일화의 조건은 두고두고 정국에 불씨가 될 것이다. 이면합의의 유무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두 후보 진영 간엔 단일화에 따른 흥정이나 거래가 이뤄질 게 틀림없다. 97년 DJP연대의 조건이 이후 5년동안 국정 파행의 주요인이 됐듯이 이번 단일화 조건도 향후 정국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대선의 의미와 공정성, 대선이후 정국 운영과 직결되는 이들 문제 역시 두 후보의 과제임을 유념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