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국보센터’서장훈 코트의 투혼

  • 입력 2002년 11월 13일 14시 49분


‘한국 프로농구의 자존심’ 서장훈(삼성 썬더스). 그의 투혼이 프로농구 코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의 왼발은 지금 뛰기는커녕 걷기조차 불편할 만큼 통증이 심한 상태.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은 오른발에까지 찾아왔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코트를 달린다. ‘쉬어야 한다’는 주위의 권고도 아랑곳없다.

서장훈이 처음 왼발의 통증을 느낀 것은 부산아시아경기때. 처음엔 별 일 아닌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상태는 점점 악화돼 프로농구 시즌이 개막한 직후엔 걷기조차 힘들만큼 통증이 심해졌다. “걸을 때 마치 내 발이 유리처럼 느껴졌다”는 것이 그의 말.

그에게 내려진 진단은 급성 족저근막염. 다행히 초기증세여서 충격 완화 및 착지자세 교정 효과를 지닌 특수 깔창(insole)을 신발속에 덧대고 물리치료를 병행하는 것으로 상태는 많이 호전됐다. 문제는 주말 2연전. 휴식없이 출전하다 보니 통증이 재발하고 이에 따라 오른발에 무리하게 체중을 싣는 바람에 오른발에도 문제가 생겼다.

김동광 감독은 “장훈이를 쉬게 하고 싶은데 본인이 한번도 쉬게 해 달라거나 빼달라는 애기를 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는 강제로라도 출전시간을 조절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서장훈을 이처럼 코트에서 떠나지 못하게 했을까. 국내 최고 선수로서의 자존심과 책임감이다. 서장훈은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뒤 우여곡절 끝에 삼성으로 이적하며 4억3100만원의 연봉을 받아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선수로 대접받았다. 자신의 이적으로 막대한 출혈을 감수한 구단에 대한 책임감도 어깨를 짓누른다.

“도저히 못 뛸 만큼 상태가 악화되지 않는다면 올 시즌 모든 경기에 출전하겠다”는 서장훈의 말에서 그의 각오를 읽을 수 있다.

삼성스포츠과학지원실 안병철 상무(의학박사)는 “서장훈은 덩치에 비해 족궁(발 아치)이 크고 발 바깥쪽으로 착지한 뒤 안쪽으로 체중이 과도하게 쏠리는 경우”라며 “깔창으로 착지자세를 교정하고 일주일 정도만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좋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그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휴식. 그러나 그는 쉴 생각이 없다. 1라운드 경기를 끝낸 13일 현재 그는 풀타임 출장에 가까운 경기당 평균 38.9분을 뛰며 25.1점, 13.3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한 때 ‘문제의 선수’로까지 불렸던 서장훈. 그의 놀라운 변신에 코트는 더욱 달아오른다.

▼족저 근막염이란?▼

발 뒤꿈치뼈에서 시작하여 앞발가락 부위까지 발바닥을 싸고 있는 단단한 막에 생긴 염증으로 발뒤꿈치의 통증이 특징. 족저근막은 스프링처럼 발바닥의 충격을 흡수 해주거나 발 아치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데 과도한 운동이나 급격한 체중 증가, 오래 서있거나 평발을 가진 사람 등에게 염증이 잘 나타난다.

마라토너 황영조(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와 권은주(삼성전자)가 족저근막염으로 각각 두차례와 한차례 수술을 받으며 많이 알려졌다. 농구에서는 전주원(현대 하이페리온)과 지난 시즌 삼성에서 뛰었던 아티머스 맥클래리가, 프로야구에서는 홍현우(LG 트윈스)가 족저근막염으로 고생했다.

대부분 아킬레스 건을 늘리는 운동과 깔창요법으로 호전되지만 뼈가 돋아나는등 증세가 심할 때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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