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한마디]‘소아 간질환자’ 부모역할이 중요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7시 46분


한정민
간질센터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여전히 외래환자가 많았다. 그런데 한 여성이 34개월 된 축 늘어진 아이를 안고 들어와서 의사선생님과 상담하고 난 뒤 울기 시작했다. 엄마는 아이가 다른 병원에서 약물치료를 받다가 별 차도가 없자 임의적으로 약을 끊고 ‘비방 치료’를 받게 했다고 말했다. 그 후로 아이의 경기가 더 심해졌고 인지, 언어, 행동발달 상태도 나빠졌다.

아이는 곧바로 입원해 식이요법 치료를 시작했다. 기름 위주로 먹는 식이요법은 결코 쉽지 않은 치료였다. 토하고 설사하고 탈수에 빠지는 등 부작용도 심했다. 안 먹고 거부하며 엄마를 많이 힘들게 했다. 그러나 엄마는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어르고 달래면서 식이요법을 잘 유지했다. 외식을 하거나 여행할 때도 아이의 식사를 따로 챙겼고 식사 때에는 아이가 먹고 싶어 할까봐 가족들의 식사를 따로 하는 등 엄마의 노력은 지칠 줄 몰랐다. 아이의 식이요법 치료에 가족들도 함께 참여했다. 아이 앞에서 아무 것도 먹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엄마의 노력 덕분인지 아이는 경기가 없어지면서 ‘엄마’라고 말하기 시작했고 인지발달 상태도 점차 좋아졌다. 사물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동생이랑 싸우기도 했으며 자신의 의사 표현도 시작했다. 외래 방문 때마다 좋아지는 아이의 모습에 우리들도 기뻤다. 아이의 엄마는 의료진은 물론 항상 식이요법을 잘 해준 아이가 너무 고맙다고 했다.

외래 환자와 보호자 중에는 간혹 간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병을 숨기거나 체계적인 치료를 늦추는 경우가 있다. 소아 간질환자의 경우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증세와 경과를 의료진에 알려주어야 한다. 또 간질에 대한 정확한 의료지식으로 체계적인 치료를 받도록 끊임없는 관심과 아이에 대한 애정이 중요하다.

한정민 인제대 상계백병원 간질센터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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