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서울외국인학교 90주년맞아 언더우드一家 한자리

  • 입력 2002년 10월 20일 18시 27분


19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 모인 언더우드 일가. - 이훈구기자
19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 모인 언더우드 일가. - 이훈구기자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초중고교 자녀들을 위한 서울외국인학교가 19일 창립 90주년을 맞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동문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가졌다.

이날 모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장로교 선교사인 언더우드 박사 가문에서 H G 언더우드(언더우드 3세·원일한·元一漢·85)와 동생 딕(75), 아들 H H 언더우드(언더우드 4세·60)와 조카 토머스(45) 등도 참석했다.

1912년 서울 외국인학교 설립 당시 반 웨고너 여선생은 이 학교의 유일한 정규교사였다. 웨고너 선생이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의 교장을 지낸 H H 언더우드(언더우드 2세)와 결혼함으로써 언더우드 가문과 이 학교의 인연이 시작된다.

이들 부부는 4남1녀를 낳았다. 장남인 언더우드 3세와 그 밑의 쌍둥이 존과 제임스, 넷째 딕씨와 막내딸인 그레이스는 모두 이 학교를 다녔다. 특히 넷째 딕씨는 1961년부터 92년까지 30여년간 학교 교장을 지냈다.

딕씨는 “1941년 미국인은 대부분 떠나고 그해 가을 학교에는 나를 포함해 9명의 학생만 남았다.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우리는 갑자기 ‘적’이 됐다. 아버지와 형들은 감금되고 여자와 아이들은 가택연금을 당했다. 우리는 이듬해 6월 미국 내 일본인들과 교환돼 미국으로 추방됐다”고 회고했다.

언더우드 3세는 “아버지가 당시 미군정 하에서 재산관리사무실에 근무한 덕분에 1949년 다행히 학교 부지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4대째 언더우드 역시 모두 서울외국인학교에 다녔다. 이 중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는 언더우드 4세와 그의 막내동생 피터, 존 언더우드의 아들 토머스씨뿐이다. 언더우드 4세는 한국 풀브라이트 재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피터씨는 IRC라는 컨설팅 회사에 다니고 있고, 토마스씨는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정치담당보좌관을 하고 있다. 언더우드 4세의 부인 낸시는 1977∼2000년 이 학교 운영위원회 이사를 지내며 오늘날 학생수 1300명으로 늘어난 학교를 키워왔다.

창립 90주년을 맞는 지금 학교에서는 점차 언더우드의 이름과 만나기 힘들어지고 있다. 5대째 언더우드 중에서는 피터씨의 딸 멜리사가 올 초 이 학교를 졸업하고, 토머스씨의 자녀 2명만 남았다. 토머스씨의 딸 올리비아는 5학년, 아들 오웬은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언더우드 4세의 4자녀도 모두 이 학교를 나오긴 했지만 미국에서 생활터전을 잡았다.

언더우드 4세는 “아직 6대째 언더우드는 태어나지 않았지만 그때쯤 되면 서울외국인학교에서 언더우드라는 이름은 완전히 사라져버릴지 모른다”고 말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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