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납북자는 귀국하는데…

  • 입력 2002년 10월 16일 18시 44분


엊그제 일본 도쿄에 도착해 24년 만에 가족과 재회한 피랍 일본인 5명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아직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측 납북자 가족의 안타까운 심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피랍 일본인들은 기자회견장에서 간단한 인사만 하는 등 말을 매우 아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회견을 준비한 관계자는 취재진에 “귀국자들은 남편과 아이를 북한에 놓고 온 미묘한 입장임을 감안해 질문해 달라”고 주문했다는 얘기다. 납치 문제가 거시적인 북-일관계뿐 아니라 개인사적인 차원에서도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어려운 과제를 이 정도나마 진전시킨 데에는 무엇보다 일본 정부의 공이 크다. 일본 정부는 9월 북-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공식 사과를 받아낸 것에 만족하지 않고 북한을 계속 몰아붙여 이번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에 비하면 지금까지 남북간 협상에서 납북자 문제를 거론하는 것조차 꺼려 온 우리 정부의 태도는 너무나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정부는 납북자 문제를 계속 제기해 왔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햇볕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 북한이 부담스러워할 사안을 덮어온 것이 현실이다. 과연 그 같은 해법이 어떤 결과를 냈는지 묻고 싶다. 북한은 고압적인 자세로 자기네 요구를 내놓는 일에 익숙해졌고, 햇볕정책을 둘러싼 우리 내부의 갈등만 커지지 않았는가.

어제 일본 소식을 접한 우리측 납북자 가족모임의 대표는 “도쿄에 직접 가서 우리 납북자 소식을 아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납북자가족 단체의 회원 20여명은 인천 앞바다에서 납북자 생사확인 및 송환을 요구하는 선상 시위를 벌였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북한에 납북자 송환협상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등 이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오히려 햇볕정책을 의미있게 마무리짓는 길이라는 사실을 정부는 왜 아직도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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