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코리안]김옥진 KPMG부장

  • 입력 2002년 10월 15일 18시 08분


뉴욕 KPMG의 김옥진 부장(38·시니어 매니저)에게 ‘시간〓돈’이다. 일한 대가를 일한 시간으로 받는 ‘시간 삶(hourly life)’을 살기 때문이다. 그에게 1시간의 가치는 500달러(약 60만원). “일분 일초라도 헛되이 보내지 말라(一寸光陰不可輕)”는 격언이 그에게는 삶이며 현실이다.

김 부장은 지난해 독일의 알리안츠생명이 드레스데너은행을 인수할 때 8개월간 컨설팅 해주고 80만달러를 받았다. 또 도이체은행이 작년 9월26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는 작업을 1년6개월 동안 맡아 100만달러를 받았다. 알리안츠 프로젝트는 2명이, 도이체은행 건은 4명이 웬만한 중소기업의 1년치 매출액을 번 것. 가치를 평가하는 컨설팅이 얼마나 고부가가치 산업인지 보여준다.

김 부장은 “백인이 아닌 아시아 사람이 그런 고부가가치 프로젝트를 맡은 것은 지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럽이나 아시아 기업이 NYSE에 상장하려면 재무제표를 미국회계기준으로 바꿔야 한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을 받으려면 SEC의 규정에 맞춰 보고서도 만들어야 한다.

그는 이런 업무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인회계사(CPA) 가운데 하나다. 연세대에서 3학년까지 다니다 유학을 떠나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데도 큰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은 바로 이런 전문 지식 덕분이었다. 김 부장은 알리안츠생명이 하나은행에 지분참여할 때와 미국 푸르덴셜생명이 제일투자신탁증권과 전략적 제휴를 할 때도 ‘가치평가자’로 참여했다.

KPMG는 CPA에게 고정된 일을 주지 않고 일이 있을 때마다 CPA를 뽑아 쓰는 스태프 풀(Staff Pool)제를 운용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하는 CPA들은 짐을 싸야 한다. 더구나 올해는 엔론과 월드컴 등의 회계분식 스캔들 여파로 파산한 아서앤더슨에서 일 잘하는 CPA를 100명이나 뽑았다. 실적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CPA는 해고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는 “컨설팅 분야에서는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지난 9년간 일 중독자로 지냈다”고 말했다.

시간이 곧 돈이며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항상 일에 쫓긴다. 돈을 청구하는 시간이 연간 2000시간은 돼야 기본. 휴가가 6주이며 주5일 근무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 12∼14시간은 일해야 한다. 화장실에 가거나 밥 먹는 시간은 뺀다.

결산업무가 몰리는 1∼2월에는 새벽까지 일하는데 이때는 벽에 머리를 찧는 사람도 나온다고 한다. 시간으로 사는 삶은 화려하지만 스트레스도 많은 탓이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끝-

▼김옥진부장…▼

·연세대(83학번)

3학년 다니다 유학

·미국 일리노이대 MBA

·KPMG에서 9년째 근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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