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부고발도 정권책임이다

  • 입력 2002년 10월 8일 18시 49분


정부는 공직사회에서 내부고발이나 기밀유출이 일어날 때마다 이른바 공직기강 단속을 해 왔다. 이번에는 국회 국정감사를 전후해 정부자료가 유출되고 군 간부의 폭로가 계속되자 정부가 임기 말 공직기강 특별점검에 나섰다.

대선을 앞두고 공직자들이 현 정권의 눈치를 안 보거나 새 집권 예상세력에 줄서기를 함으로써 정권 내부의 문제점들이 속속 불거지는 것이 집권측에는 못마땅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일어난 데 대해 정권은 책임이 없는지 겸허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정의 신뢰성과 투명성이 확보되고 도덕성이 갖춰진 정권 아래서는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기 때문이다.

특정지역 출신을 중심으로 한 인사 난맥,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을 중심으로 한 부정부패는 공직사회의 통합을 해치고 내부 불만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그런데도 집권측은 근본원인은 제쳐둔 채 권력비리나 실정을 고발하는 공직자가 나오면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며 오히려 그를 옥죄고 천하의 나쁜 사람으로 매도하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정보묵살’ 주장과 관련된 진실이 규명되기도 전에 정부가 보직해임부터 하고 나선 한철용 소장의 경우가 좋은 사례다.

우리는 내부고발자에 대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회 일부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못이 있으면 쉬쉬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공개해 바로잡고 넘어가는 것이 국가와 조직의 건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오히려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 내부고발은 철저히 보호해 이런 고발이 줄을 잇도록 해야 한다. 부패방지법에 내부고발자가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규정한 것도 이런 취지일 것이다.

공직기강 특검이 정부 내 ‘바른 소리’를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집권측을 향해 제기된 비리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공직기강 확립의 첫걸음이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공직기강을 해친 쪽은 ‘윗물’인데 정부가 단속을 한다며 ‘아랫물’만 잡는 것은 공직자들의 원성만 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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