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AG/수영]잠자던 한국다이빙 ‘꿈같은 銀’

  • 입력 2002년 10월 8일 17시 54분


‘따로 똑같이.’ 다이빙 여자 3m 싱크로나이즈드에서 은메달을 따낸 강민경(오른쪽)-임선영이 공중에서 고난도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부산〓원대연기자
‘따로 똑같이.’ 다이빙 여자 3m 싱크로나이즈드에서 은메달을 따낸 강민경(오른쪽)-임선영이 공중에서 고난도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부산〓원대연기자

금메달보다 더 값진 은메달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일까.

다이빙 경기가 열린 8일 부산사직수영장에서 ‘대∼한민국’의 함성이 두 차례나 터져 나왔다. 아시아경기 16년 만에 딴 메달, 그것도 아예 기대조차 하지 않은 메달이 1개가 아니라 2개씩이나 나왔으니 다이빙 관계자들이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눌 만도 했다.

이날 오전엔 여자 3m 스프링보드 싱크로나이즈드 경기에서 강민경(제주남녕고)-임선영(부산동여고)조가 5라운드 합계 248.04점을 기록해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인 중국의 궈징징-우민샤(319.80점)조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어 오후에는 남자 10m 플랫폼 싱크로나이즈드 경기에서 조관훈-권경민(이상 강원도청)조가 311.70점으로 중국과 북한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이 아시아경기 다이빙에서 메달을 딴 것은 86년 서울대회의 이선기가 마지막. 이때부터 치면 무려 16년 만이다. 특히 여자부는 70년 방콕대회 때의 김영채에 이어 무려 32년 만에 다시 메달이 나온 셈이니 얼마나 감격적이었을까.

오전에 절반도 채 차지 않았던 관중석은 여자선수들의 선전소식이 전해지자 오후 남자경기 때에는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찼다. 관중은 한국선수들이 4라운드에서 80.64점을 얻어 일본을 제친 것이 확실해지자 ‘대∼한민국’을 외치며 경기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한국이 다이빙에서 메달을 따낸 것은 뜻밖의 수확. 이번 대회를 앞두고 다이빙 지도자들조차 “메달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을 만큼 다이빙은 천덕꾸러기 종목이었다. 세계 다이빙계를 휘어잡고 있는 중국이 싹쓸이를 호언한 데다 출전국 대부분이 중국 출신 지도자를 코칭스태프로 초빙해 ‘개인교습’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다이빙 종목 참가 13개국 중 중국 출신 코치가 없는 나라는 한국과 카자흐스탄뿐. 일본은 아예 스타 출신 선쉐이 코치를 귀화시켰고 말레이시아도 10년간 중국 다이빙 코치로 활약하며 푸밍샤 등을 키워 낸 왕조우량의 지도를 받아왔다. 북한도 3개월간 중국 코치를 초빙해 특별과외교습을 받았을 정도.

중국 코치들의 대리전이나 다름없는 다이빙 경기에서 한국이 캐낸 2개의 메달은 금메달과 다름없는 소중한 결실이다. 특히 콤비를 이룬 지 채 1년도 안 되는 강민경과 임선영은 난이도 2.7의 ‘뒤로 서서 앞으로 두 바퀴반 돌아 입수’ 등 고난도 기술을 깔끔하게 소화해내 각 국 지도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다이빙선수들은 태릉선수촌에 다이빙장이 없어 그동안 잠실실내수영장에서 사람들이 모두 나간 뒤 ‘달밤의 연습’을 해왔다. 류득하 대한수영연맹 다이빙 이사는 “정말 꿈같은 일입니다. 우리 선수들의 체격조건이 뛰어나 조금만 더 지원하면 몇년 안에 중국도 꺾을 수 있을 텐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부산〓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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