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요실금, 케겔운동으로 ‘꽉’ 잠그세요

  • 입력 2002년 9월 29일 17시 45분


“아이들이 우스개 소리를 해도 웃지 못하는 고통을 아시나요?”

석 달 전부터 요실금(소변찔끔증) 증세가 나타난 교사 정모씨(44·여·서울 송파구 잠실동). 재채기를 하거나 조금만 크게 웃어도 자신도 모르게 소변이 흘러나와 속옷을 적시곤 했다. 교단에 서는 것조차 점점 두려워진 정씨는 고심 끝에 병원 비뇨기과를 찾았다.

“케겔운동을 해보시죠! 어떤 치료약보다 ‘약발’이 뛰어날 겁니다.”

의사가 내린 처방은 골반근육을 수축시키는 케겔 운동. 출산과 노화 등으로 처진 골반근육을 강화시켜 방광과 요도를 제자리에 있도록 만드는 체조법이다. 최근에는 성기능 강화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케겔운동은 1948년 미국의 산부인과 의사 아놀드 케겔이 소변찔끔증 치료법으로 제시한 것. 국내에서는 골반근육운동 골반저근운동 골반체조 등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주명수 교수는 “골반근육운동을 하면 소변찔끔증과 변실금(대변찔끔증)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출산 뒤나 폐경 전후에 골반근육이 약해져 기침이나 재채기 등 배에 힘이 들어가는 동작을 할 때 소변찔끔증 증세가 나타나는 여성에게 효과적이다. 또 과민방광 때문에 소변이 자주 마렵고 참기 힘든 여성에게도 꼭 필요한 운동이라고 주 교수는 말했다.

1.엎드려 하기〓무릎과 손바닥을 바닥에 댄 뒤 숨을 들이마시면서 등을 둥그렇게 하고 골반근육에 힘을 줘 수축시킨다. 숨을 내쉬며 처음 상태로 돌아간다.
2.비틀며 하기〓머리 어깨 팔을 바닥에 붙인 채로 엉덩이를 한쪽 방향으로 돌린 뒤 골반근육을 수축시킨다. 좌우로 번갈아가며 한다.
3.누워서 하기〓똑바로 누워 양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숨을 들이마시면서 엉덩이를 들고 골반근육에 힘을 줘 수축시킨다. 숨을 내쉬며 처음 상태로 돌아간다.
4.앉아서 하기〓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다리를 벌리고 앉아 양 발끝을 바깥쪽으로 둔 뒤 숨을 들이마시며 골반근육을 수축시킨다. 숨을 내쉬며 다리를 오므리고 긴장을 푼다.자료〓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요실금클리닉

케겔운동의 첫 번째는 골반근육을 찾는 것.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데다가 해부학적으로도 몸속에 숨겨져 있어 많은 사람이 교육을 받더라도 제대로 운동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골반근육은 방광과 자궁 질 항문 등이 밑으로 빠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소변을 보다가 중간에 멈출 때, 항문 주위나 질 내부를 조일 때 사용되는 근육이 바로 골반근육이다.

전문의가 권장하는 케겔운동법은 항문조임근을 이용하는 것. 항문근육을 5∼10초간 서서히 수축시켰다가 10초 정도 쉬는 동작을 10∼20번 반복하며 하루에 8∼10회 정도 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걷거나 앉아 있을 때, 운전할 때에도 ‘소리 소문 없이’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 주의할 점은 배나 엉덩이근육을 사용하지 말고 순전히 골반근육만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 다른 근육을 함께 사용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골반근육을 수축하는 동작이 어려운 사람은 전문클리닉에서 원형추 모양의 콘을 질에 삽입한 뒤 빠지지 않도록 골반근육을 수축하는 연습을 하거나 바이오피드백 치료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바이오피드백 치료는 골반근육의 수축을 감지하는 작은 기구를 질 안에 넣고 운동을 하면서 근육이 제대로 수축되는지, 강도는 어느 정도인지를 컴퓨터 모니터로 직접 확인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케겔운동의 또 다른 효과로 성기능 장애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여성은 질 근육의 수축력을 강화시켜 성관계를 가질 때 만족도를 증가시키고, 남성은 발기부전을 치료하고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것.

실제로 독일 쾰른대 의대 비뇨기과 프랑크 좀머 교수팀은 발기부전 환자 40명에게 골반근육 체조를 시킨 결과 80%가 성기의 피흐름이 좋아져 발기에 성공했다는 연구결과를 지난달 말 발행된 유럽비뇨기학회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 교수는 “과거 ‘방중술(房中術)’로 많이 이용돼 온 것은 사실이지만 ‘케겔운동이 성기능을 향상시킨다’고 단언하기에는 아직까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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