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힘보다 설득이 진정한 승자 만든다

  • 입력 2002년 9월 27일 17시 16분


최근 ‘대인관계’ ‘경제전쟁’ ‘문명의 충돌’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다룬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도전자 록키 발보아가 피나는 노력으로 챔피언에게 도전해 패배하지만 진정한 승리자로 박수를 받는 영화 ‘록키’(1976).동아일보 자료사진
최근 ‘대인관계’ ‘경제전쟁’ ‘문명의 충돌’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다룬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도전자 록키 발보아가 피나는 노력으로 챔피언에게 도전해 패배하지만 진정한 승리자로 박수를 받는 영화 ‘록키’(1976).동아일보 자료사진
“승리는 목적에 이르는 하나의 단계이며 장애물을 제거하는데 지나지 않는다. 목표를 잃으면 승리도 공허하게 된다.”

인도 총리를 지냈던 네루(1889∼1964)의 말이다.

상대방을 설득해 내 편으로 만드는 승리와 강자에 저항하는 자를 억누르는 승리. 과연 당신은 어느 쪽인가. 비록 영화 ‘록키’(1976)처럼 피나는 노력 끝에 패배한 도전자가 박수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누구도 패자가 되길 원치 않는다.

최근 승리와 생존에 관한 서적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인관계’ ‘경제전쟁’ ‘문명의 충돌’을 소재로 승리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상대방을 알면 백전백승〓“당신이 상대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그를 대하라”는 마태복음 7장 12절에 나오는 예수의 가르침이다. ‘황금률’로 불리는 이 문장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인간관계의 유용한 지침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최근 비즈니스 업계에서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그를 대하라”는 ‘백금률’ (토니 알렉산드라 외 지음, 334쪽, 1만2000원, 참솔) 이론이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백금률’은 상대방에게 통하는 방식으로 말과 행동을 하고, 상품을 판매하며, 대화를 이끄는 방법을 제시한다. 인간 유형을 △단호하고 정력적인 ‘감독형’ △외향적이고 낙천적인 ‘사교형’ △모험보다 안전을 선호하는 ‘관계형’ △자기통제력이 강한 ‘사고형’으로 구분했다. 이를 토대로 설득하는 방법과 유형별 리더에게 필요한 점을 곁들였다. .

저자는 “자신과 성격을 파악한 후 상대방을 이해하고 발전시키며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타인의 인식 틀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알게 되면 그의 완고한 방어벽을 뚫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사고가 성공의 지름길〓‘돈을 끌어오는 사람 돈을 밀어내는 사람’ (도널드 월터스 지음, 181쪽, 6800원, 나무심는사람)은 부와 성공에 대한 사고방식과 정서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고 주장한다. ‘풍요 속에 살고 있다’는 의식을 가지면 가난하더라도 실제 부가 따라 온다는 것.

다만 저자는 돈에 대한 무차별적 맹신을 경계했다. 자기 이익을 추구하려면 타인의 이익을 포괄해야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승리의 열정’(섬너 레드스톤 외 지음, 391쪽, 1만2000원, 동방미디어)의 경우 음악 채널 MTV, 파라마운트 영화사, CBS 방송을 포함하는 거대 미디어 그룹 ‘바이어컴’의 CEO인 섬너 레드스톤의 성공기. 이 책은 가난한 독일계 유태인이었던 그가 바이어컴과 파라마운트를 인수 합병하기 위해 벌였던 치열한 협상의 이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는 공동체의식을 바탕으로 직원들과 돈독한 유대관계를 맺었다. 팔순의 나이에도 부하 위에 군림하지 않고 업무 책임자를 따로 둘 정도로 합리적이다.

레드스톤은 △목표를 이루려는 열정적 헌신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 △지적 도덕적 성품을 경영인이 갖춰야할 자질로 꼽았다.

▽무력으로 짓누르는 승리〓워싱턴 포스트가 ‘미국 우파의 필독서’라 평가한 ‘승자학’ (로버트 D. 카플란 지음, 299쪽, 1만2000원, 생각의 나무)은 미국의 세계 지배전략의 본질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이 민주적이지 않은 무력을 사용해야 하는 정당성을 주장한다. 저자는 공산주의를 용인해 평화를 지키려했던 카터보다 공산주의에 대해 강경책을 취한 레이건이 현실적이며, 테러를 묵인한 클린턴보다 전쟁을 선언한 부시가 도덕적이며 ‘공격만이 민주주의를 살린다’고 보고 있다. 로마와 춘추전국시대의 성악설에 기초한 실용주의를 증거로 냉전이 끝나고 새로운 국제질서가 필요한 지금, 미국이 세계국가역할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라크 공격을 두고 미국 영국이 찬성, 독일이 반대 입장을 취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은 다분히 ‘미국 중심적’이다. 세계국가인 미국의 폭력을 정당화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과연 가진자의 강압적인 승리가 옳은 것인지는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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