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량 적다고 무시말라”

  • 입력 2002년 9월 17일 17시 45분



‘평소 거래량이 적다고 무시하지 마세요.’

유통물량이 워낙 적은 탓에 ‘사고 팔기 힘든 주식’의 대표격으로 알려진 신영와코루가 16, 17일 이틀 연속 거래량 1만주를 넘어섰다. 평소 이 종목의 하루 거래량이 100주 남짓임을 감안하면 폭발적으로 증가한 셈.

한국 증시에서 거래량이 적은 종목은 평소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다.

그러나 거래량이 적은 것이 강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투자자들이 이를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도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팔기 어렵지 않다〓1990년대 중후반 롯데칠성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몇 백주 수준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주식도 아니다”며 이 종목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러나 1999년 롯데칠성 주가가 6만원을 뚫고 올라서며 거래량이 1000주 단위로 늘었고 2000년 후반 주가가 10만원을 뚫으면서 하루 거래량이 5000주가량으로 올라섰다. 현재 주가는 70만원선이다.

1999년부터 롯데칠성을 꾸준히 사 모았던 한 개인투자자의 회고.

“하루 거래량이 수억주에 이르는 하이닉스반도체에 비하면 당시 롯데칠성은 사기가 엄청 힘들었다. 물량이 나올 때마다 틈틈이 사야 했고 2, 3일 진득이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막상 팔기는 의외로 쉬웠다. 주가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서 갑자기 거래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무상증자 소식으로 16일 상한가를 나타내며 거래량이 급증한 신영와코루, 유통물량이 모자라기로 악명 높았지만 주가가 4만원을 넘어서며 본격적으로 거래가 늘어난 동서 등도 모두 비슷한 사례다.

▽거래량의 양면성〓한국 증시에서 거래량이 많은 종목이 환영받는 이유는 환금성(換金性) 때문. ‘언제든 원할 때 즉시 사고 팔 수 있어야 주식’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이는 데이트레이딩이 세계적으로 발달하는 등 지나치게 주식 보유기간이 짧은 한국 증시의 투자 풍토와도 관계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거래량이 적어도 원하는 양만큼 사고 파는 데 일주일 이상 걸리는 종목은 많지 않다. 사이버 거래를 통해 분초 단위로 사고 파는 게 습관이 돼서 그렇지 조금만 여유를 가지면 거래량이 적은 종목도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사고 팔 수 있다는 것.

또 내수 우량주 가운데 거래량이 적은 종목은 대주주 지분이 높고 기관보유 물량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일부 코스닥 종목처럼 ‘언제 기관이 이 종목을 팔아치울까’ ‘언제 대주주가 회사를 팔아치울까’ 등의 복잡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 장기투자가 가능하다는 뜻.

동원증권 이채원 주식운용팀장은 “며칠 만에 주식을 사고 팔 게 아니라면 거래량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가 없다”며 “거래량보다는 기업의 실적과 자산, 회사의 가치 등을 더 깊이 살피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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