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심금 울리는 주부들의 가을음악회

  • 입력 2002년 9월 9일 19시 48분


6일 오후 자유공원 중턱에 자리잡은 인천문화원 강당.

34명의 인천문화원 ‘기타앙상블’ 회원들이 10일 오후 7시30분 인천종합문예회관에서 열리는 정기연주회 마지막 리허설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저마다 다른 음색을 내던 연주자들은 지휘자가 힘껏 손을 휘젓자 자세를 가다듬고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저마다 다양한 표정으로 연주에 몰입한 이들은 인천과 부천지역의 30∼70대 주부들.

집안일을 하면서 틈틈이 짬을 내 배운 솜씨지만 실력은 수준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10일 제4회 정기연주회에서는 ‘스페인의 꽃’ ‘로망스’ ‘라데츠키 행진곡’ ‘진주잡이의 노래’ ‘소양강 처녀’ 등 주옥같은 곡들을 합주한다.

“심금(心琴)을 울리는 영롱한 음색에 매혹돼 기타를 잡았어요.”

“가슴에 품은 채 님을 끌어안 듯 연주하는 기타는 가장 인간적인 악기예요.”

이처럼 저마다 기타를 잡게 된 동기도 다양하다. 회원 대부분은 이전에 기타를 잡아본 적이 없는 ‘문외한’으로 젊어서 기타 치는 주위 사람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다 뒤늦게 용기를 낸 사람들이다.

회원들의 경력은 6개월∼3년 정도로 천차만별이지만 입문 뒤 6개월 정도 꾸준히 연습하면 합주를 하는데 지장이 없다.

회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민희현씨(71·중구 율목동)는 “학창 시절 오빠의 기타치는 모습이 부러워 어깨너머로 조금 배운 게 전부였다”며 “하루 1∼2시간씩 꾸준히 연습하다 보니까 리듬감이 생겨 이제는 동창회에 나가 솜씨를 뽐내는 수준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주부 전대식씨(58·남동구 만수동)는 지난해 남편의 회갑연에서 클래식 기타 연주의 백미로 꼽히는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을 연주해 남편의 어깨를 우쭐하게 만들기도 했다.

1998년 12월 창단한 ‘기타 앙상블’은 99년 10월 수봉문화회관에서 첫 창단연주회를 열었다.

2000년 10월 남동구 여성회관에서 열린 ‘가을음악회’를 시작으로 제18회 제물포예술제(2001년), 인천여성예술단체 놀이마당(2002년) 등에 출연하는 등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창단 당시에는 ‘인천여성 기타 합주단’이란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남성의 참여의 기회를 높이려고 올해부터 ‘기타 앙상블’로 명칭을 바꿨다. 현재 47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으며 올해 처음으로 남성 한명이 등록했다.

참여를 희망하는 시민은 내년 2월 인천문화원 문화학교 개강시기에 맞춰 클래식 기타 교실에 등록하면 된다. 입회비 2만원을 내면 수강료 등이 면제된다.

쓸 만한 클래식 기타의 가격은 20만∼30만원 정도. 기타를 구입할 때 다소 부담은 되지만 다른 강좌와 달리 추가비용 부담이 적은 편이다.

이미경 지휘자(44·한국기타협회 인천시지회장)는 “초보자들이 쉽게 클래식 기타와 친숙해지도록 하기 위해 처음에 포크 기타도 가르치고 있다”며 “6개월 정도면 합주를 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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