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어느것이 진짜 공양왕릉?

  • 입력 2002년 9월 4일 17시 53분


《어느 것이 ‘진짜’ 공양왕릉일까?. 고려 마지막 임금인 공양왕이 묻혀 있다는 능(陵)은 경기 고양시, 강원 삼척시와 고성군 등 3곳에 있다. 나름대로 ‘확실한’ 근거가 있어 사학자들도 어느 쪽이 진짜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를 꺼린다. 지난해 연말에는 고양시 공양왕릉이 도굴된 것으로 알려져 한바탕 소동이 일었지만 도굴이 아니었던 것으로 판명났다. 이 사건은 왕릉의 진위를 가리는 일 못지않게 문화재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경기도 고양의 공양왕릉

▽고양의 능〓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왕릉골 마을 야산에는 공양왕과 왕비의 봉분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주위에는 조선초기 왕릉에 보이는 문인석(文人石)과 무인석(武人石), 호석(虎石)이 자리잡고 있다. 1964년 국가사적 제191호로 지정됐다.

조선왕조실록 태종 편에 ‘왕이 고려의 능을 찾으란 명령을 내렸으며 고양에 공양왕릉이 있다고 보고하자 왕은 묘에서 능으로 승격하도록 지시했다’라는 대목도 유력한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최근 고양시는 비석 탁본에서 ‘고려공양왕릉’과 ‘공양왕순비릉’이란 문구를 확인했다.

강원 삼척의 공양왕릉

▽삼척의 능〓강원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의 공양왕릉은 특별한 석물(石物)없이 4개의 봉분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이 지역 유림에서 공양왕릉이라고 주장하는 봉분은 높이 6m, 둘레 30m로 다른 지역의 ‘공양왕릉’에 비해 월등히 크다. 강원도 지방문화재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으며 매년 4월 유림에서 제사를 받들어 모시고 있다.

1660년경 이곳 부사로 부임했던 한학자 허목(許穆)이 ‘이곳이 공양왕릉이다’라고 확인했다는 내용의 역사기록서가 발견된 점이 근거로 제시된다.

또 퇴위한 공양왕이 강원도 일대를 전전하다가 삼척에서 아들 딸과 함께 새로운 조선 왕조를 수립한 일파에 의해 교살당했다는 조선왕조실록 기록도 삼척에 능이 만들어졌을 것이란 추측을 뒷받침 하고 있다. ‘궁촌리’라는 지명에 나오는 ‘궁’은 왕을 상징한다는 점도 제시된다.

2000년 동해안 일대에 큰 산불이 났을 때 이 마을도 불에 휩쌓였지만 공양왕릉 주변만은 화마가 비켜가 주민들은 “역시 왕릉은 다르다”며 감탄하기도 했다.

강원 고성의 공양왕릉

▽고성의 능〓강원 고성군 간성읍 금수리 야산 중턱에 있으며 높이 1.2m, 둘레 5m의 작은 규모다. 비석도 전혀 없으나 공양왕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홍문관 박사 출신의 함부열이 왕이 시해된 뒤 아무도 돌보지 않자 남의 눈을 피해 시신을 삼척에서 수습해 고향인 고성으로 옮겨와 모셨다는 이야기가 후손 사이에 전해내려오고 있다.

함부열의 후손들은 현재도 자신들이 왕씨 일가와 함께 이곳에서 제를 올리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결론〓고양시 정동일 문화재 전문위원은 “한 사람에 대한 능이 3곳에 존재하는 것은 공양왕릉이 유일하다”면서 “이는 왕조를 빼앗긴 공양왕의 최후가 얼마나 비참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양시에 있는 능이 진짜일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3곳 나름대로 근거가 있어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는 말이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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