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이슬람문명과 이슬람교는 서로 달라요

  • 입력 2002년 8월 30일 17시 53분


이라크 소녀들이 히자브를 쓴 채 거리를 걷고 있다. 히자브는 여성 보호차원에서 비롯된 관행이지만 구속력은 없다고 한다.사진제공 창작과 비평사

이라크 소녀들이 히자브를 쓴 채 거리를 걷고 있다. 히자브는 여성 보호차원에서 비롯된 관행이지만 구속력은 없다고 한다.사진제공 창작과 비평사

《‘지난해 돌발한 9.11 사건은 문명과는 무관한 비문명적 테러사건임에도 잠재적인 선입견이 작동하다 보니 이 사건을 이슬람과 관련짓는 갖가지 사론(私論)이 기세를 부렸다. 이 사건은 21세기 첫 십자군 전쟁의 도화선이 되었고 이슬람 담론의 기폭제가 되었다. 그간의 논전을 지켜 보면서 다행스러운 것은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책원지(策源地)였던 서구조자 자기 신뢰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으며 균형잡힌 타자관으로 이슬람 문명을 비롯한 여타 문명을 관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슬람 문명 / 정수일 지음 / 404쪽 1만8000원 창작과 비평사

‘신라 서역 교류사’‘씰크로드 학’‘고대문명 교류사’등의 책으로 동서문명 교류사와 관련한 활발한 저술활동을 해 온 저자는 이 책의 첫머리에서 밝힌 이같은 인식을 토대로 종교로서의 이슬람이 아니라 ‘문명으로서의 이슬람’을 조명하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지난 2001년 5월∼2002년 6월까지 월간지 ‘신동아’에 게재한 글을 보충해 묶은 것이다. 이슬람 문명의 여러 분야를 다룬 포괄적인 개설서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이슬람 관련서는 크게 ①서구 중심이나 ②문화 상대주의에 입각한 이슬람 관련서 번역본 ③이슬람 기행문이나 에세이등 세 종류로 나뉜다.

이 책은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 다른 문명이 그렇듯, 이슬람 문명도 신앙체계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생활 문화 학술 예술 사회운동 등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합일된 생활양식’으로서의 문명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으로 쓰여진 책이다.

저자는 “1400여년의 전통을 이어 온 이슬람 문명이 이러저러한 편견으로 폭력과 타락의 종교로 오도되고, 중세를 풍미한 이슬람 문명의 역사적 기여는 외면당하거나 폄하되었으며 이슬람 문명의 현대화에 대한 인식과 방도에서는 보수와 혁신이 엇갈려 난맥상을 보여 왔다”며 “이슬람 문명에 대한 여러 오해 중 가장 심각한 점이 이슬람 문명과 이슬람교를 등치시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책은 모두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에서는 주로 이슬람 문명권의 개념정리에서부터 이슬람의 출현과 세계로 확산되는 과정, 무함마드(마호메트의 서구식 이름)의 생애와 위업 등이 그려져 있다. 특히 이슬람 확산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이슬람 문명권의 역동성 관용성 현실주의 등은 오늘날에도 충분히 새길 만한 가치로 보인다.

후반부에서는 이슬람교 경전인 ‘꾸르안’(코란은 서구식 이름)과 경전에 준하는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의 편집과정과 내용, 독송법을 고찰하고 이슬람 공동체의 생존과 운영의 기조를 이루는 이슬람 특유의 정치관과 경제관을 다각도로 설명하고 있다. 그들의 정교일치 세계관과 이자도 금지하는 등 불로소득에 대한 단호한 입장 등도 독특하다.

흔히 성전(聖戰)으로 번역되는 ‘지하드’에 대한 소개도 이색적이다. 지하드는 자신을 순화하기 위한 개인적 신앙차원의 노력과 이슬람 영역의 발전이나 방어 및 확대를 위한 집단적 공헌 차원의 두 차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 후자만이 강조되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을 읽으면 토막상식으로 보는 이슬람이 아닌 이슬람에 대한 총체적 이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각 장의 내용에 맞춰 실린 110여컷의 생생한 화보와 이슬람사 연표, 이슬람력과 서력 대조표 등도 이해를 돕는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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